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간판 황대헌이 남자 500m 준결승에 진출했다. 환대헌은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준준결승에서 2위를 차지해 준결승에 진출했다. 황대헌은 출발이 좋지 않았다. 예성에서 비교적 저조한 기록으로 5명 가운데 출발선 가장 바깥쪽에서 출발했다. 이후 스케이트에 문제가 생겼는지 불편한 모습을 보이면서 계속 최하위에서 스케이팅을 했다. 하지만 황대헌은 마지막 바퀴에서 극적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두 번째 곡선 주로에서 인코스를 파고들였고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콘스탄틴 이블리예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제외한 모든 선수를 제쳤다.사진 판독까지 이어진 끝에 결국 2위를 차지 각 조 1, 2위에게 주는 준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황대헌은 이어 남자 500m 준결승 2조에 출전한다.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쇼트트랙 남자 단거리 선수 차민규(29·사진)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쇼트트랙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데뷔를 꿈꿨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오른 발목 인대를 크게 다쳐 올림픽 데뷔가 무산됐다.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땐 국민의 관심이 금메달 후보인 이승훈(34)과 이상화(33) 등에게 쏠려 있었다. 그늘에 있던 그가 평창 대회 남자 500m 은메달을 따냈을 때 모두가 ‘깜짝 은메달’이라고 한 배경이다.그랬던 차민규가 2개 대회 연속 은메달을 수확하며 자신의 이름 앞에 붙던 ‘깜짝’이라는 단어를 지웠다. 차민규는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34초39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가오팅위(34초32)에게 0.07초가 모자랐다.차민규는 “(평창 때와) 의미가 다른 것 같다”며 “당시 깜짝 은메달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또 한 번 메달을 딴 거니까 ‘깜짝’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력을 하다 보니 큰 경기에 (결과가) 제대로 나온 것 아닐까”라고도 했다.차민규의 별명은 ‘일단 요정’이다. 평소 ‘일단’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고 성격도 ‘일단’ 하고 보는 스타일이라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큰 무대에서 강한 ‘강심장’인 것도 타고난 그의 성격 때문이다. 그런데 베이징 대회를 앞두곤 차민규조차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각종 악재가 너무 많았다. 차민규 소속팀 의정부시청의 제갈성렬 감독은 “차민규는 골반 부상으로 인한 재활과 보강 치료 때문에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스케이트 (날) 문제도 있었다”고 전했다.4년 전 평창 때와 마찬가지로 베이징 대회를 앞두고도 그는 스포트라이트 밖에 있었다. 지난해 12월까지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 4개 대회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둬서다. 월드컵 1차 대회에선 18위에 그쳐 디비전 B(2부 리그)로 밀려나는 설움을 당했다. 이후에도 부진했다. 월드컵 1~4차 대회 여덟 차례 레이스 중 1부리그 10위 안에 든 것은 딱 한 차례(2차 대회 1차 레이스 7위)에 불과했다.차민규는 이번에도 주변의 선입견과 싸웠다. 4차 대회가 끝난 뒤 부상에서 회복한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장비 문제는 평창 대회 때 당시 장비 담당 코치로 활동한 장철 코치의 도움을 받았다. 베이징 대회 직전 모든 퍼즐이 맞춰졌고 ‘큰 무대’에서 빛을 내는 강인한 정신력을 더해 드라마를 완성했다.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금메달을 땄다. 아직 내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몸 안에서 열정이 불타오르고 있어 외투를 입을 필요도 없다.”지난 12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혼성 경기에서 우승한 미국의 닉 범가트너(41·오른쪽)는 경기 직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린지 재커벨리스(37·왼쪽)와 한 조로 출전해 금메달을 합작했다. 둘이 합쳐 78세. 팀 합산 나이가 20살 가까이 차이 나는 이탈리아의 오마 비진틴(33)-미켈라 모이올리(27)조를 0.2초 차로 제쳤다. 동메달을 따낸 캐나다 엘리엇 그론딘(21)-메르에타 오딘(25) 조와는 합산 나이 32살 차이다.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베테랑의 활약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근력과 순발력, 지구력이 필요한 동계 스포츠에서 20~30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다.범가트너는 다섯 번째 도전 만에 생애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비시즌에는 건설 관련 일과 자동차 경주를 병행한다. 재커벨리스는 이번 우승으로 2006년 토리노 대회의 아쉬움을 달랬다. 당시 여자부 결승에서 결승선을 40m 남겨두고 여유 있게 1위를 달리던 그는 괜한 묘기를 부리다가 넘어졌고 결국 2위에 그쳤다. 이후 2010년 밴쿠버 대회, 2014년 소치 대회, 2018년 평창 대회에 모두 도전했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번에 금메달로 한을 풀었다.네덜란드 스피드 스케이팅의 전설 이레인 뷔스트(36)도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베테랑이다. 이번 대회에서 ‘5개 올림픽 연속 금메달’이라는 기록과 함께 스피드 스케이팅 최고령 금메달리스트 기록을 경신했다. 1986년생인 그는 만 35세312일의 나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종전 스피드 스케이팅 최고령 금메달 기록인 밴쿠버 대회 다니엘라 톰스(독일)의 만 35세99일 기록을 넘었다.알파인 스키에서는 프랑스의 요안 클라레(41)가 남자 활강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알파인 스키 최고령 메달리스트가 됐다. 소치 대회 슈퍼대회전 동메달리스트 보드 밀러(미국)가 세운 36세에서 5년을 더 늦췄다.출전 자체로 감동을 준 베테랑도 있다. 오는 22일 만 50세가 되는 독일의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은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3000m에 출전했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를 시작으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까지 연달아 여자 5000m 금메달을 따낸 살아있는 역사다. 여덟 번째 올림픽 도전인 이번 대회에서 비록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그는 “마치 승리한 것 같은 기분이다. 기록은 좋지 않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