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는 이날 대선후보 등록 이후 유튜브 기자회견을 통해 야권 단일화를 제안했다. 그간 일각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도 흘러나왔던 안 후보지만 “더 좋은 정권 교체”를 강조하며 단일화 파트너로 윤 후보를 지목했다.
안 후보로선 여론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단일화 이후 자신이 “이 후보를 이길 더 확실한 카드”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후보 간 담판에 따른 단일화를 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윤 후보는 단일화 제안 자체에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안 후보가 언급한 방식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고 언급해 귀추가 주목된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통한 구체제 종식과 국민 통합을 통해 미래로 가자는 목표를 동시에 이루는 건 어느 한 사람만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국민의 신뢰 속에 압도적 승리가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면서 단일화를 대안으로 언급했다.
그는 “차기 정부의 국정 비전과 혁신 과제를 국민 앞에 공동으로 발표하고 이행할 것을 약속한 후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정하고, 누가 후보가 되든 서로의 러닝메이트가 되면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현 시장)과의 여론조사 경선을 거론하며 “그때 합의한 문항과 방식이 있다. (대선) 단일화 경선 방식을 두고 다시 원점에서 논의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서울시장 보선에서 양당이 합의했던 기존 방식을 존중하면 짧은 시간 안에 매듭지을 수 있다. 윤 후보의 진정성 있는 화답을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전격 단일화 제안을 한 배경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단일화 꼬리만 붙이려 하니 차라리 선제적으로 제안해 국민의 판단과 평가에 모든 것을 맡기고 제 길을 굳건히 가는 것이 안철수의 이름으로 정권교체 하는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는 “(안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한 대의 차원에서 제안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일단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세부 단일화 방식에 대해선 샅바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에 대해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 사실상 거부한 것과 달리 “고민해보겠다”고 언급한 것은 단일화 파트너인 안 후보를 배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 후보는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의견을 교환했느냐는 질문에는 “그 문제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안 후보가) ‘국민경선’이라 지칭해 제안한 방식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오히려 역행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제주도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을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 관련 회견에 대해 직접적 비판은 자제하면서도 “지금은 위기 상황이고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챙기는 게 가장 중요한 정치의 과제”라면서 야권 단일화 논의는 정치공학적 판단의 결과물이라는 뉘앙스의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답변을 내놨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