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대선공약 살펴보니, "포스트 코로나 대비 청사진 없어"
공공의료 강화·건보 적용 확대 외치지만…재원 대책은 안 보여
코로나 대유행이 지속하는 가운데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주요 후보들은 보건의료 분야 공약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고사하고 포스트 코로나 체제에 대비할 체계적인 보건의료 분야 청사진을 담은 공약은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외국인 건강보험 무임승차 방지, 탈모치료제 급여화 등과 같이 표를 의식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포퓰리즘적 공약이 파편적으로 불쑥 얼굴을 내미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대선 주자들의 보건의료 분야 이해 정도를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쓴소리가 보건의료시민단체에서 나온다.

특히 이런 보건의료 공약을 실현할 수단으로 재원확보 방안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공공의료 강화는 큰 틀서 동의…건보 적용 선심성 공약도
지금까지 나온 대선 후보들의 보건의료 공약은 크게 코로나 대응 공공의료 확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료이용체계 개편 등으로 모인다.

먼저 감염병 대응과 의료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공공의료 강화에 대해서는 후보들이 큰 틀에서 동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70군데 중진료권별로 공공병원을 1개 이상 확보하고, 중증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한 지역에는 국립대 병원을 신축하거나 증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필요하다면 민간 병원을 인수해 공공의료 역할을 맡기고, 공공병원뿐 아니라 보건소도 확충해 국가가 주도해 의료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필수 의료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보건의료전문대학원을 설립하고,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지역 의사제와 지역 간호사제 도입도 대안으로 내놨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민간병원의 음압 병실, 중환자실, 응급실 설치·운영 비용을 공공정책 수가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위기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민간병원에서 중증 환자 병상과 의료인력을 미리 확보해두면 이후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국가가 보전해주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코로나19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방역 대응 컨트롤타워인 질병관리청에 상응하는 의료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국가중앙감염병전문병원(4차 병원)을 건립해 국가 감염병 대응 체계를 확대, 강화하겠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공공병원 확충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과 공공의료인력 양성 ▲ 간호인력 확충과 의료인력 생명안전수당 도입 등으로 짜인 공공의료 및 보건의료인력 확충 공약을 내놨다.

건강보험 보장강화 방안으로는 특정 연령층이나 성별을 타깃으로 한 선별적, 선심성 정책들이 눈에 띈다.

이재명 후보는 자궁경부암 등을 유발하는 HPV(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을 만 12~17세 남성도 무료 접종해주고, 피임 시술과 임신 중지 의료행위, 탈모약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 역시 9~26세 남성까지 모두 HPV 백신을 맞을 수 있게 해주고, 요양병원 간병비는 물론 당뇨병 환자용 혈당측정기와 희소병 치료제도 더 많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를 7~8명씩 올려서 공짜 진료를 받는 일이 없도록 피부양자 등록요건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정신건강도 건강검진 대상에 추가해 치료비의 9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심상정 후보는 치료비가 얼마나 나오던 1년에 100만 원까지만 내게 하는 본인부담금 100만원 상한제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의료이용 개편과 관련해서는 모든 국민이 자신의 주치의를 두고 건강 관리를 받을 수 있게 전 국민 주치의 제도를 만드는 데 모든 후보가 찬성했다.

공공의료 강화·건보 적용 확대 외치지만…재원 대책은 안 보여
◇ "코로나19 위기 상황 심각성 견줘 대책 부족"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는 대선 후보 모두가 체계적인 보건의료 공약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코로나 위기 상황의 심각성에 견줘서 대응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재난의 한복판에서 치러지는 대선이기에 공공의료 등 보건의료 문제가 핵심이 될 것이라 봤는데, 이에 대한 주요 후보들의 관심이나 약속이 위기 수준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코로나 상황에서 공공의료와 의료인력 확충이 중요한데, 후보별로 이런 과제를 구체화한 공약집조차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이재명 후보가 70개 중진료권 별로 공공병원 1개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공약대로 실현돼도 공공병상 비중은 현재 10%에서 12%로 늘어나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감염병과 기후 위기라는 상시적 재난 시기에 비춰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공공의료기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같은 더 의미 있는 수준의 확충 의지가 필요하다고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적했다.

민간의료기관에 공공정책 수가 도입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보건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는 민간 의료 중심 체계를 고착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과연 공공의료 확충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스럽다고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꼬집었다.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재원확보 방안에 관해서도 국민부담을 들어 대선후보들이 유보하는 태도를 보인 점도 공약 실현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공공의료 확충과 공공의료체계 강화 차원에서 공공의료 예산 확보를 위한 공공의료기금 확대(담배 개별소비세 등)를 요구한 데 대해 이재명 후보는 "검토 중"이라고 즉답을 피했고, 윤석열 후보는 "공공정책 수가 재원 확보를 위한 계획이 있으나 해당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안철수 후보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증세는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반대했다.

공공의료 강화·건보 적용 확대 외치지만…재원 대책은 안 보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