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안전관리 소홀' 인정하고도 원청 전대표 무죄·나머지 대부분에 집유
고인 어머니·노동계 반발…"너무 억울하고 원통"
"중대재해법 제정 계기 됐지만…" '솜방망이 처벌' 비판 목소리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당시 24세) 씨가 숨진 지 3년 2개월만 열린 1심 재판 결과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김씨의 죽음을 계기로 그해 같은 달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한 이른바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사업주 책임을 강하게 묻는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이 지난달부터 시행되지만, 정작 김씨는 이런 엄정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법 시행은 사건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해 정작 김씨 사망사고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10일 김씨 사망과 관련해 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사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원·하청의 안전관리 소홀로 김씨가 사망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경영자 가운데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전 사장에게만 징역 1년 6월에 집행 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했다.

나머지 12명 피고인 중에도 벌금형을 제외하고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관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별도로 이들 원·하청 기업 법인 2곳에도 각각 벌금 1천만∼1천500만원만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누구보다 성실히 근무해온 입사 3개월밖에 되지 않은 김씨가 사고로 참혹하게 숨진 죄책이 가볍지 않고 이로 인한 유족의 고통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누구 한 사람보다는) 피고인들의 각종 규정 위반 행위가 결합해 사고가 났고, 초범이고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원청 전 사장에 대해서는 김씨 사망 원인으로 꼽힌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성이나 하청업체와의 위탁용역 계약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해 무죄로 봤다.

특히 "김씨와 같은 한국발전기술 운전원들이 서부발전 직원들의 업무를 대체하지 않았고, (서부발전은) 큰 틀에서의 지시만 했다"며 "운전원들의 실질적 고용관계는 서부발전이 아닌 발전기술 측에 있다"고 판시했다.

서부발전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근로자 간에는 고용 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판결 선고 직후 법정에서는 판사를 향해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한 사람도 실형을 받는 사람이 없느냐'는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씨 어머니 김미숙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이사장도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울먹였다.

"중대재해법 제정 계기 됐지만…" '솜방망이 처벌' 비판 목소리
김미숙 이사장은 선고 후 기자회견에서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하다"며 "(결과를) 절대로 수긍하고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람이 죽었으면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왜 원청은 잘 몰랐다는 이유로 빠져나가고 집행유예만 받느냐"며 "항소해서 저들을 응징할 수 있도록 달려가겠다.

최후에 승소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선고 직후 정의당도 입장을 내고 "가해자인 기업의 편에서 사법부가 함께 사고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