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퇴치 원리 규명…신개념 항생제 개발 단서
한국연구재단은 이봉진 서울대 교수·이상재 포항가속기연구소 박사·김도희 제주대 교수·강성민 덕성여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패혈증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을 비롯해 폐렴막대균·탄저균·결핵균 등 슈퍼박테리아의 자살 유도 원리를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항생제 내성이 있는 슈퍼박테리아를 박멸할 차세대 약물 설계의 단서가 될 전망이다.

기존 항생제로 죽일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국내 환자는 2019년 기준 9천여명으로, 이 가운데 40%인 3천600여명이 숨졌다.

연구팀은 포도상구균에서 유래하는 독소 단백질인 PemK와 독소·항독소 결합체 단백질인 PemIK의 3차원 구조를 해석하는 데 성공했다.

독소 단백질은 병원균의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정보가 담긴 전령 리보핵산(mRNA)의 특정 서열을 분해하는데, 이 분해를 통해 포도상구균 등 병원균의 성장이 억제되고 결국 사멸에 이르게 된다.

연구팀은 항독소 단백질인 PemI가 독소 단백질인 PemK의 일부 구조를 모방하는 독특한 작용을 이용해 서로 결합하고, 독소 단백질의 활동을 방해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독소 단백질이 지속해서 활동하도록 두 단백질의 결합을 방해하는 물질을 설계하면 포도상구균·폐렴막대균·탄저균·결핵균 등을 사멸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봉진 교수는 "빠른 대처가 필요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뿐만 아니라 다른 슈퍼박테리아 관련 신개념 항생제를 설계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 게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