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보건소 치료·방역인력 설문…"즉각 도움 필요한 수준" 응답자 37%는 '심각한 울분' 느껴…악성민원·업무가중 등 원인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장기화하는 가운데 보건소의 대응 인력의 절반 가량은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와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지난달 18∼26일 경기도 내 코로나19 담당 인력 517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심리방역을 위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10일 밝혔다.
외상(트라우마) 후 스트레스를 판단하는 13개 문항을 이용한 설문에서 전체 응답자의 48.9%가 '즉각 도움이 필요한 고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해당했다.
앞서 2020년 5월과 7월에 보건소 치료·방역 인력을 비롯해 경기도청, 경기도 감염병관리 지원단 인력 등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율이 각각 19.5%와 20.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즉각 도움이 필요한 고도의 스트레스 상태'로 집계된 응답자를 경력별로 나눠보면 '3년 이상 10년 미만'이 54.8%로 비증이 가장 컸고 '10년 이상'(54.7%), '1년 이상 3년 미만'(52.8%)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직종별로는 간호직이 58.7%로 가장 많았으며, 보건직(54.4%), 의료기술직(53.2%), 행정직(43.8%) 순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일'을 묻는 문항에서는 응답자의 37%가 즉각 도움이 필요한 '심각한 울분' 상태로 조사됐다.
한 번이라도 울분을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 중 44%는 무리한 민원 등 '악성민원'을 울분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민원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실무인력을 확대해야 한다' 응답이 약 62%였다.
이밖에 '업무가중·인력부족·불합리한 업무 지시 및 업무 배분'(20%), '수시로 변하는 지침·선 언론보도'(7.1%), '상급 기관과의 소통 부재'(2.3%), '동료와의 불화'(2.3%), '불합리한 보상체계'(2.1%) 등도 울분 유발 요인으로 꼽혔다.
현재 보건소 인력 규모로 코로나19 장기화 대응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항에서는 응답자의 72.9%가 '어렵다'라고 답한 반면 '가능하다'는 응답은 8.9%에 그쳤다.
유명순 교수는 "보건소 인력은 건강은 물론 업무 대처 역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높은 스트레스와 울분을 느끼며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류영철 경기도 보건건강국장도 "이번 조사 결과로 보건소 코로나19 대응 요원이 장기간 격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정신건강 상태가 상당히 나빠졌음을 확인했다"며 "최근 확진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보건소 직원들의 격무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문가 자문이나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가능한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