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황스럽고 유감" 윤석열 "원론적 말씀 드린 것"
尹 '적폐수사' 언급에…민주 "정치보복" 국힘 "선동전략"
9일 대선 정국에 돌출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집권시 전(前) 정권 적폐 청산 수사' 발언을 놓고 여야의 대치 전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의 해당 인터뷰 발언을 접한 뒤 "정치보복 우려가 현실로 확인됐다"며 격앙했다.

윤 후보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으면서 이를 전면전으로 키우려는 모양새를 보였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이 주재하는 선대위 긴급회의를 소집,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하고 윤 후보 발언을 비판했다.

오후에도 윤호중 공동선대위원장을 필두로 의원 10여 명이 도열한 가운데 국회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황운하, 고민정, 조오섭, 홍영표 등 개별 의원들도 SNS을 통해 확전에 나섰다.

이재명 대선 후보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매우 당황스럽고 유감을 표한다.

듣기에 따라서는 정치보복을 하겠다, 이렇게 들릴 수 있는 말씀"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러한 총력 공세에는 윤 후보가 집권시 실제로 검찰 권력을 이용해 문재인정부와 민주당 인사들에게 칼날을 휘두를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명박 정부 초기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것을 다시 상기하려는 움직임도 나왔다.

여권 원로인 이해찬 전 대표가 이날 이재명플러스 앱에 올린 글에서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을 모해하고 탄압할 때"를 언급하면서 "다시금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를 외치는 시대를 맞이할 수는 없다.

야만스런 과거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도록, 모두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대선이 3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이를 통해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이 후보의 경합 열세로 판단되는 현 흐름을 바꿔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도 내비쳤다.

우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발언과 이낙연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합류 등을 거론하며 "이런 것들이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측면에서 지금 흐름을 바꿀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원론적인 발언에 여권이 과잉 대응을 한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발언을 "새 정부가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전 정부 일이 1, 2, 3년 지나며 적발되고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에 따라 (수사가) 이뤄지게 돼 있다는 원론적인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면서 청와대와 민주당의 격앙된 반응에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문제 될 것이 없다면 불쾌할 일이 없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여권이 '제 발 저린 것 아니냐'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일희 선대본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후보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윤 후보는 이 정권이 했던 것처럼 검찰 인사에 직접 손을 대거나 수사 지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며 "지극히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발언을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뒤집어씌우는 세력은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밖에 없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 선대위는 이치에 맞지 않는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권력형 비리를 덮을 생각을 포기하고 차라리 봐달라고 읍소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제히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는 여권과 다르게 '확대해석 해프닝' 정도로 치부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애초에 윤 후보가 '적폐 수사'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해당 언론사의 질문에 따른 반응이었다는 설명도 전해졌다.

한 선대본부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볼 때 '열성 친문' 사이 일부 윤 후보를 지지하는 기류가 형성됐다고 보고 있어서, '적폐'처럼 지나치게 선동적인 어휘나 표현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내 인사는 "민주당이 윤 후보 발언에 이처럼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지율이 불안하니 윤 후보의 꼬투리를 잡아서 지지층 결집을 끌어내 보려는 전형적인 선동 전략"이라고도 해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