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잼미 저격한 '사이버렉카' 유튜버에 비난 봇물…국민청원까지
'남혐' 논란으로 마녀사냥을 당한 트위치 스트리머 잼미(본명 조장미)가 자신의 모친에 이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사이버 렉카 유튜버인 뻑가에게 책임을 묻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뻑가는 지난 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잼미 사망 소식과 관련한 영상을 게재했다. 그는 "소식을 듣고 너무 충격이었다. 이 영상을 찍으면서도 굉장히 떨린다. 저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늦었지만 이렇게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먼저 뻑가는 "잼미에게 사과의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으나 답장이 없어 영상 제작을 했음에도 허락을 받지 못해 올리지 못했다"고 했다.

뻑가는 자신의 영상이 사건의 발단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기 BJ 감스트, NS남순, 외질혜의 합동 방송 중 성희롱 발언 논란이 있었고, 이때 잼미가 처음 거론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잼미가 이 BJ 팬덤에게 낙인이 찍혔고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인터넷방송갤러리에 잼미에 대한 글들이 게재됐다고 주장했다.

'뻑가 사생판'이라는 유튜버는 "뻑가가 영상 여러 편에 걸쳐 잼미를 페미로 몰아갔고 그 이후 어머님이 딸이 받은 비난을 못 참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잼미 어머니가 숨진 원인을 뻑가라고 지목했다.

하지만 뻑가는 자신이 잼미가 페미니스트라는 루머를 퍼트리지 않았으며 모든 선동을 주도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디시인사이드뿐만 아니라 에펨코리아 등 다른 커뮤니티에서 이미 잼미에 대한 혐오글이 판을 치고 있었고 이와 관련된 인터넷 기사가 올라온 후 이슈를 정리한 것뿐이라는 해명을 했다.
/사진=유튜버 뻑가
/사진=유튜버 뻑가
'뻑가 사생팬'이 만든 영상에 대해서도 "악마의 편집"이라며 해당 영상에 대처하기 위해 잼미에게 사과 영상을 만들고 메일을 보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고 재차 해명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뻑가가 사실만 말한 게 아니라 추측을 했고 비꼬아 이야기한 게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지 않았냐. 그걸 보고 알게 된 시청자들에게 잼미가 더 많은 악플을 받았다", "구독자 100만이 넘는 대형 유튜버인 만큼 말 한마디의 파동이 얼마나 큰지 느끼고 평생 자책하며 살기 바란다", "원인제공 1순위가 모르는 사람 얘기하듯 '잼미라는 스트리머가 사망했다는 소식' 이렇게 말하는 거 진자 어이없다. 속이 다 뒤집어진다", "남을 비판하는 사람은 자신이 비판받을 각오도 있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뻑가를 비난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뻑가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강력 처벌을 요청한다는 글이 게재돼 7일 10만 789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한 유튜버(뻑가)의 영상 때문에 페미니스트도 아닌 사람을 페미로 몰아가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트리고 그걸 본 커뮤니티 사람들은 그 유튜버를 찾아 욕을 쓰는 사건도 있었다"며 "유튜버(잼미)를 자살하게 만든 뻑가와 에펨코리아, 디시인사이드 등 회원들의 강력 처벌을 원한다"고 했다.

뻑가와 같은 사이버 렉카는 이슈가 터지면 짜깁기 영상 혹은 자극적인 루머를 담은 콘텐츠로 조회수를 올리는 유튜버를 뜻한다. 교통사고 현장에 재빨리 나타나는 렉카(견인차량)와 흡사하다는 점에서 이름 붙여졌다.

유튜브 수익 집계 전문 사이트인 눅스 인플루언서 집계에 따르면 한 사이버렉카 유튜브 채널의 월 수익은 2777만 원에서 4830만 원으로 예측됐다. 욕을 하고, 비난받을수록 돈을 버는 구조다. 소재가 떨어진 사이버 렉카들은 서로를 저격하며 이슈가 이슈를 낳는 구조로 조회수를 쌓고 돈을 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에서 유해 채널들의 콘텐츠를 관리, 감독하고 조회수를 올려 수익만 얻고 빠져나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6일 잼미를 추모하며 "여성의 위기이자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언급했다. 이어 "동료 시민을 '페미'로 낙인찍고 공격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온라인 폭력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며 "온갖 폭력에 대한 불안이 만연했다. 불안하지 않은 사회,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게 다음 대통령이 해야 할 제1의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