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큰 종목 수십 개 투자…횡령금액 대부분 손실
'115억 횡령' 공무원, 주식 차명거래…범행 감추려 공문서 조작
서울 강동구청(구청장 이정훈)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사업 공금 115억원을 횡령한 구청 소속 7급 공무원 김모(47)씨가 3일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이날 이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횡령),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 행사 등 총 5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는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3차례에 걸쳐 강동구청에 입금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분담금 115억원을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께까지 수십차례에 나눠 횡령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이날 오전 7시 34분께 회색 패딩 점퍼를 입고 패딩 모자를 뒤집어쓴 채 유치장에서 나온 김씨는 '혐의를 인정하나', '주식손실을 메우려고 횡령했나', '돈을 모두 날렸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공범이 있나', '구청은 횡령 사실을 몰랐나', '가족은 몰랐나'라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주식투자로 진 개인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공금을 횡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경찰에 "공금으로 채무를 갚은 뒤, 주식으로 수익을 내 원래대로 공금을 돌려놓으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김씨는 일부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외상으로 사는 주식 '미수거래'에 손을 댔다가 횡령금 115억 중 주식에 투자한 77억원 대부분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네이버, 일양약품 등을 비롯해 바이오·IT 등 변동성이 큰 국내 주식 종목 수십 개에 투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상사로부터 사업 진행 현황 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의심을 피하고자 최초 횡령했던 38억원을 다시 구청 계좌로 입금하고, 사업이 잘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허위로 상급자 명의의 내부 문건을 꾸미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업무 계좌 등을 후임자에게 인계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은 횡령이 최초로 이뤄진 시점부터 약 2년 동안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전부터 자신이 사용하던 가족 명의의 증권계좌를 통해 차명으로 주식에 투자했다.

경찰은 공범 여부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벌였으나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이 모두 김씨 자리에서만 이뤄진 사실, 구청 관계자·SH·가족 대상 참고인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김씨가 단독으로 범행을 벌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검찰 송치 이후에도 기소 전 몰수보전 신청이 가능한 대상이 있는지 밝히기 위해 추가로 김씨의 자금 흐름을 추적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