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측 동바리 철거는 '모르쇠', 공법 변경은 '문제없어'

원청·하청업체·감리 등 각자 책임 미뤄…경찰, 과실 입증 증거 확보 중요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원인·책임자 규명을 위해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이 현산, 감리, 하청업체 각각의 과실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는 붕괴사고 과실 규명에 대해 "현산, 하청업체, 감리 등 진술이 각각 달라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수사본부는 현산 관계자 6명, 감리 3명, 하청업체 관계자 2명 등 총 11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건축법 위반,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붕괴에 영향을 끼친 주요 과실로는 ▲ 동바리(지지대) 미설치 ▲ 역보(수벽) 무단 설치 등이 지목된 상태다.

39층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며 표준시방서 기준을 어기고 아래 3개 층의 동바리를 철거한 것에 대해서는 하청업체 측은 "동바리 철거는 현산의 지시에 의해 철거한 것이다"고 진술했다.

반면 현산 측은 "동바리 철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서로 다른 진술을 하고 있고, 감리는 "동바리 철거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역보 무단설치에 대해서는 하청업체 측은 "현산과 협의해 진행해 공법을 변경한 것"이라고 했고, 현산 측은 "하청업체의 공법 변경 사실을 알고는 있었으나, 구조검토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공법변경과 역보 설치가 구조검토를 거쳐야 하는 설계변경에 해당하는지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에 자문한 상태다.

또 양측의 진술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추가 입증 자료 등을 확보해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볼 계획이다.

경찰은 작업일지(일보) 등을 확보해 분석했지만, 작업일지 자체가 추상적으로 기재된 탓에 현재에서는 과실의 책임 소재를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는 단계다.

특히 감리는 대부분 공정 진행 상황을 '문제없다'고 기재하는 등 부실 감리 정황도 일부 드러났다.

콘크리트 양생 문제에 대해서는 현장의 콘크리트 공시체 등을 확보해 관계기관에 분석의뢰한 상태다.

조사 결과 철근 콘크리트 공정이 2달여간 지연됐던 것으로 확인돼, 공기 단축 압박이 사고에 영향을 끼쳤는지도 파악하고 있다.

소환조사를 받은 현산 현장 소장은 "현장 소장으로 발령받은 지 2주밖에 되지 않아 잘 모른다"는 취지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나, 경찰은 해당 소장이 현장에서 지속해서 일해온 이력으로 볼 때 이 같은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현산 본사 측이 붕괴 현장의 모든 사안을 보고받고 지시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향후 현산 본사의 책임 규명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하청업체의 불법 재하도급 문제와 광주 서구청의 인허가와 민원처리 적정성에 대해서고 경찰은 별도의 수사팀을 배당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조영일 광주경찰청 형사과장은 "각자의 진술이 모두 상반되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 책임을 가려낼 예정이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객관적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