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북핵대표·차관 이어 장관회의 가능성…바이든 5월 방한 여부도 주목
北 '강대강'에 한미일 공조논의 속도…올봄 정세 분수령되나
북한이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유예) 해제 시사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로 대미 '강대강' 기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가운데 한미일 3국의 대북공조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큰 의미를 둔 정치행사가 줄줄이 예정되어 있고, '북침 핵전쟁연습'이라고 반발하는 한미 연합훈련도 전반기에 시행될 예정이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4월 중 시행될 한미연합훈련과 김일성 생일(4월 15일) 110주년, 5월로 예상되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등 이슈가 촘촘히 겹치면서 올봄은 한반도 정세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 삼각공조를 주도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그간 '공은 북한 코트에 있다'며 비핵화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고 북한의 움직임을 기다린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계속된 무력 시위로 이런 기조에 변화를 줄지도 관심사다.

北 '강대강'에 한미일 공조논의 속도…올봄 정세 분수령되나
한미일 3국은 현재 각 급에서 북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17일 북한이 올해 들어 4번째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가 전화로 대응 방향을 협의했다.

이후에도 추가로 미사일 발사가 이어졌고, 지난달 30일에는 IRBM까지 쏘아 올린 상황에서 3국 북핵수석대표들이 전화가 아닌 대면 협의를 통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양상의 북한 문제를 다룰지 주목된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머리를 맞대고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응하고자 북한과의 외교를 추구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바 있어 대면 협의 분위기는 마련된 셈이다.

한미일 외교차관도 2일 전화 통화로 일련의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해 논의하고 긴장 고조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여기에 이어 이달 중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한미일 3국은 오는 12일 하와이에서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발표할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외교차관 전화 통화에서 "각 급에서 3국 간 공조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의견을 모았다는 점을 보면 북핵수석대표와 외교차관에 이어 3개국 외교장관이 의견을 교환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의 IRBM 도발과 모라토리엄 철회 시사 등의 으름장에 한미일이 어떤 기조로 대응할지 방향이 더욱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발 더 나아가 오는 5월 바이든 대통령의 일본에 이은 한국 방문 가능성도 중요한 이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 상반기 쿼드(Quad·미국 주도의 4국 안보 협의체) 정상회담 참석차 일본을 찾을 예정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면 한국도 함께 순방했던 선례에 비춰보면 방한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도 현재 미국과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논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언급할 사항이 없다"면서도 "한미 양국은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포함해 다양한 사안에 대해 수시로 긴밀히 소통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기상 문재인 정권이 아닌 차기 정권이 들어선 시점에야 방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5월 바이든 방한이 성사되면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물론 미국과의 조율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北 '강대강'에 한미일 공조논의 속도…올봄 정세 분수령되나
현재 한미일은 북한에 대해 외교가 열려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셔먼 부장관이 이날 한미일 외교차관 통화에서 "미국이 가시적인 진전을 위해 북한과 진지하고 일관된 외교에 관여할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29일과 30일 한일 북핵수석대표와 각각 통화하면서도 같은 언급을 했지만, 셔먼 부장관이 이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도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동시에 외교를 위한 우리의 요구를 거듭 강조한다"며 "우리는 양측의 우려 사안을 다루는 논의를 시도하는 것에 매우 진지하며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대북 적대시 정책 등 북한의 우려에 대해서도 논의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 문제를 외교와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고, 일본도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의 행보를 규탄하는 가운데 제재와 압박이라는 카드는 여전히 쥐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은 북한의 IRBM 발사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3일 소집할 것을 요청했다.

앞서 전날에는 유엔 주재 한미일 3개국 대사가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의 안보리 소집 방향이 공유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미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번번이 가로막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못한 대신, 장외에서 공동성명을 내왔다.

비이사국임에도 일본이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여기에 동참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국도 함께 이름을 올릴지 주목되는 지점이다.

이번 안보리 긴급회의에서도 대북제재 결의 등 공동 결과물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2월 의장국인 러시아가 중국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미중, 미러 갈등의 틈새를 파고들어 강대강 기조를 취하고 있다는 정세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미국의 편 가르기식 대외정책에 기인하는 '신냉전' 구도가 심화되고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국제평화와 안정의 근간을 허무는 현 정세 하에서 조선과 중국, 러시아 사이의 공동전선이 더욱 다져지는 형세"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 신문은 "중국과 러시아는 조선(북한)과의 선린우호 관계를 강화 발전시키는 데 외교 초점을 맞추게 됐다"며 "조선의 힘의 실체가 이 나라들의 국익에도 합치되는 구도"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서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도미타 코지 주미 일본 대사는 최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지도자들이 일본 영토에 중국과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지상 기반 탄도 미사일이나 순항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적기지 타격 전력 배치를 구체화할 경우 중국과 북한의 반발로 사태를 더 꼬이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