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지청서 만든 경위 보고서, 박은정 지시에 수정 의혹
성남지청 측 "수사팀 의견 반영해서 작성" 반박
'성남FC 수사무마' 검찰 자체 조사도 잡음…감찰까지 이어질까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 성남FC 후원금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원지검 차원의 경위 조사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검찰 내부에선 수원지검의 경위조사가 편파적으로 진행될 우려가 있다며 특임검사를 지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분위기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성식 수원지검장은 지난달 27일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정례보고하며 성남FC 수사무마 의혹과 관련한 경위 보고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전날 김 총장이 신 지검장에게 경위 파악을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이 보고서는 성남FC 수사에 참여하지 않은 성남지청 형사2부장검사가 작성했는데, 이를 보고받은 박 지청장이 본인의 입장을 반영해 내용 일부를 수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해당 부장검사가 보고 명의자를 '성남지청장'으로 바꿔 신 지검장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해당 보고서에는 사건 주임검사였던 A검사가 사건 무마 정황을 기록했다는 일지도 첨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검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박 지청장에게 성남FC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보고했던 인물이다.

이 같은 상황이 알려지자 검찰 내에선 박 지청장이 의혹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입장 표명을 넘어 보고서 내용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고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정성 시비가 일자 성남지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의사 결정 과정은 공개할 수 없지만, 수사팀이나 담당 부장이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반발하거나 항의한 사실은 없다.

수사팀의 의견이 충실히 반영해서 작성됐다"고 반박했다.

경위 파악을 맡은 수원지검도 아직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나 A검사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님이 정례 보고 뒤 신 지검장에게 경위 파악을 제대로 잘 하라고 지시한 걸로 보면 아직 경위 파악이 진행 중이란 얘기 아니겠느냐"라며 "신 지검장이 정례 보고 때 무슨 보고서를 냈다 해도 하루 만에 나온 거라 1차 상황 정리 정도 아니겠나 싶다"고 추정했다.

'성남FC 수사무마' 검찰 자체 조사도 잡음…감찰까지 이어질까
김 총장이 철저한 경위 조사를 지시한 만큼, 수원지검은 조만간 박 차장검사와 A검사 등의 진술까지 청취한 뒤 최종 보고서에 반영할 전망이다.

박 차장검사는 성남FC 의혹을 재수사하거나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해야 한다고 박 지청장에게 여러 차례 건의했으나 묵살당하자 지난달 말 사의를 표했다.

만약 성남FC 사건 처리 과정에서 실제로 박 지청장의 수사 무마 행위가 있었다면 단순 경위 파악이 아닌 대검 차원의 진상조사와 감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신 지검장에게 경위 파악을 맡기는 것에 회의적인 반응이 지속해서 나온다.

지난해 말 성남지청이 성남FC 의혹과 관련해 대검에 금융정보 자료 조회를 요청했을 때 김 총장이 박 지청장에게 전화해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사실까지 알려지며 진상 조사에 대한 김 총장의 의지, 진정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성남FC 의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FC의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4∼2016년 두산, 네이버 등으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성남지청 수사과는 작년 7월께 네이버의 성남FC 39억원 후원금 의혹을 수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대검에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 조회를 요청했으나 대검이 절차적 이유를 문제 삼아 반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무마 의혹이 제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