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긴급대피 시스템 재정비가 인명피해 막은 듯
'우르릉' 천둥소리 내며 25t 콘크리트 추락…긴박했던 순간
"안전지대로 대피하세요."

2일 오전 8시부터 5분여 동안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에 긴박한 경보음 소리가 여러 차례 울려 퍼졌다.

붕괴 건물 서쪽 28층 부분에 기울어져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25t 규모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서다.

당시 건물에는 HDC 현대산업개발 측 작업자 119명과 소방력 33명 등 모두 152명이 매몰·실종자 구조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특히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과 같은 층에서는 작업자 9명이 한창 잔해물을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건물에 이상징후가 포착된 건 오후 8시 1분께.
건물 내부를 탐색하던 소방 탐색조가 매달려 있는 25t짜리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 구조물의 상태를 유심히 살펴보던 탐색조는 매달린 구조물을 지탱하고 있던 골조와 목재가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보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 8시 4분께 무전으로 상황을 알렸다.

이 무전을 들은 안전 관리자들은 곧바로 주변에 있던 작업자들을 안전지대인 코어쪽으로 대피시켰다.

건물 밖에선 경보음이 잇따라 울려 퍼졌고, 내부에선 확성기를 이용할 새도 없이 육성으로 대피를 지시했다.

내부 인원이 건물 내 안전지대로 대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5t 콘크리트 덩어리를 지탱하던 골조와 목재가 완전히 이탈하면서 굉음과 함께 구조물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다행히 사전에 당국이 이 구조물에 8㎜ 굵기의 쇠줄(와이어)을 건물에 연결해 둬 낙하물 상당 부분은 22층 내부로 떨어졌다.
'우르릉' 천둥소리 내며 25t 콘크리트 추락…긴박했던 순간
다만 일부 잔해물이 28층에서 지상까지 떨어져 내리면서 파편이 튀어 오르고 자욱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구조대와 작업자들이 안전지대로 대피한 지 3분 만에 벌어진 아찔한 순간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현장에선 긴급 대피 명령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24층 천장에 균열이 발견돼 대피 명령이 내려졌지만, 소방과 달리 잔해물 철거 작업자들에게 상황 전달이 되지 않은 바 있다.

당시 이러한 상황이 언론에 알려지며 지탄을 받은 구조당국이 긴급 대피 명령 시스템을 재정비했던 것이 이번 낙하 사고에서 추가 인명피해를 막은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건물 내부 안전지대에 몸을 피하고 있었던 구조대와 작업자들은 추가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 건물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왔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이번 사고를 통해 붕괴 현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며 "2차 사고 대비를 위해 안전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우르릉' 천둥소리 내며 25t 콘크리트 추락…긴박했던 순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