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장애 진단 없어도…사후 의학적 소견 받으면 면책사유 예외"
과로로 극단 선택한 경찰관…법원 "보험금 지급해야"
격무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경찰관이 사망 전 우울장애 진단을 받지 못했더라도 사후 의학적 소견을 받았다면 보험사는 계약에 따라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예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9단독 장동민 판사는 순직한 경찰 유족들이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보험사 2곳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A경위는 경찰청 소속으로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2019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청 조사 결과 사망과 공무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돼 국가보훈처에서 '재해사망군경'으로 인정받았으나, 보험계약을 맺고 있던 보험사들은 "약관상 보험자의 면책사유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A경위 유족 측은 "망인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으므로 보험금 지급 면책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업무로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 심적 부담감과 그로 인해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쇠약해져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거나 의사 결정이 현저히 제한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보험사 측은 고인이 사망 전에 우울장애 진단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전문의들의 사후 의학적 소견을 받아들여 A경위가 "극도로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정상적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있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망인이 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만으로 합리적 판단 아래 계획적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해 자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오히려 위 유서에도 부서에서 맡게 된 업무를 완수하지 못한 데서 오는 절망감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보험사들이 A경위 유족에게 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과 지연손해금 등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