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원·빗썸 도입…업비트는 시행하지 않을 듯 업계, 디지털금융 경쟁력 하락·고객 불편·독점심화 우려 지적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미리 등록한 지갑에 한해 가상자산 출금을 허용하는 '화이트 리스팅'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31일 업계 등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은 가상화폐를 송금하려는 지갑 주소를 미리 등록하는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등록된 지갑으로만 송금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얘기다.
가장 먼저 이를 도입한 코인원은 본인의 이름, 휴대폰 번호, 이메일 주소 중 하나 이상이 동일하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외부 지갑을 등록하도록 했다.
본인 명의의 외부 지갑으로만 출금할 수 있다.
빗썸은 소유자와 관계없이 외부 지갑으로의 출금을 아예 막고, 일정 기준을 충족했다고 평가한 특정 국내외거래소의 지갑으로만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또 거래소 지갑은 본인 소유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것만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엄격한 화이트 리스팅 제도는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두 거래소에 모두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은 NH농협은행의 요구에 따라 시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세탁 관련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은행 역시 책임져야 하므로 이런 위험을 미리 원천 차단한다는 취지다.
신한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있는 코빗 역시 추후 이런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화폐로서의 가상자산 기능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고, 한국 디지털 금융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 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외부 지갑으로의 출금이 어려워지면 향후 가상자산과 관련한 분산 금융 등을 이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가상자산을 거래소 안에서 사고팔기만 하는 투기 자산으로 남기는 조치"라고 꼬집었다.
특히 최근 시장이 주목하는 대체불가토큰(NFT) 거래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갑의 활용도가 중요한데,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지갑 이용이 더욱 불편해진 점이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코인원과 빗썸 모두 타인의 외부 지갑으로는 직접 송금할 수 없도록 해 타인의 지갑으로 송금하려면 유사 조치를 시행하지 않는 다른 거래소로 돈을 옮긴 뒤 타인의 지갑으로 보내야 한다.
송금 수수료를 두 번 내야 해 이용자들에겐 부담이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가상화폐 지갑인 메타마스크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메타마스크는 신분증 확인 절차 없이 지갑을 생성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외부 지갑으로의 출금을 막은 빗썸뿐만 아니라 본인 소유를 입증한 지갑만 등록하도록 한 코인원을 이용할 경우 메타마스크의 지갑을 이용할 수 없다.
또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는 화이트 리스팅을 시행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져 업비트로의 이용자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비트는 실명계좌 제휴처인 케이뱅크가 자금세탁방지 관련 요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지 않고 있어 거래소별로 각자 다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라면서 "이렇게 되면 이용자들 사이 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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