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고향 못 가고 모임·행사도 사라져…"명절엔 더 가족 생각나"
"영상통화로 그리움 달래요"…코로나에 더 쓸쓸한 유학생들
"가족들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코로나 때문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상황이라 가족과 함께 연휴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가족이 더 생각나고 그리워요.

"
설날을 하루 앞둔 31일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슬롬 카불로프(25)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마지막으로 가족을 만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4년 전 한국에 와 대학교를 마친 뒤 호텔에서 일하는 그의 유일한 낙은 가족과 하는 영상통화다.

작은 휴대전화로나마 그리운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며 그는 웃었다.

카불로프 씨는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혼자서 샴페인과 케이크를 사 먹으면서 가족과 영상통화를 했다"며 "부모님, 여동생과 함께 한 식탁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가운데 한국에서 설을 보내는 유학생들은 고국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며 홀로 외로움을 달랬다.

한국 생활 6년째인 에콰도르 출신 안토넬라 파스토르(27) 씨는 "코로나 때문에 거의 3년째 고향에 못 가고 있다"며 "라틴아메리카 가족들은 대부분 서로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데 가족들과 떨어져 있다 보니 향수병이 생긴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면수업과 커뮤니티마저 사실상 사라지면서 같은 처지의 유학생들끼리 모여 외로움을 달래기도 어려워졌다.

이집트에서 와 5년째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카릴 카림(26) 씨는 "코로나 이전엔 교환학생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면서 친해질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수업도 비대면으로 이뤄져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며 "한국에 있는 이집트 친구들도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만 서로 안부를 묻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에티오피아 국적 유학생 A(37)씨가 숨진 채 한강에서 발견되는 사건도 있었다.

그를 아는 주변인들은 4개월 전 홀로 유학 온 그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세계유학생선교협의회 대표 문성주 목사는 "한국과 문화가 상당히 다른 에티오피아에서 온 A씨가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런 명절이 되면 식당도 문을 닫는 곳이 많아 유학생들은 밥 먹을 곳도 없고, 갈 데도 없어 더 힘들다"고 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가나 출신 B(32)씨는 A씨의 일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애도했다.

B씨는 "A씨의 일은 유학생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고,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코로나 이후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명절 행사가 전부 사라져 이번 설에도 혼자 방에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