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코로나 설'…직장인 '집콕'·학생들 '취업 준비'
"고향에 폐 끼칠까 겁나요"…확진자 폭증에 귀성 포기
"고향에 가고는 싶은데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났잖아요.

괜히 내려갔다가 할아버지께 코로나를 옮기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집에서 공부하려고요.

"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 강모(25)씨는 이번 설에 고향에 내려가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고향 제주에 할아버지와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혹시나 고령인 할아버지께 폐를 끼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설 연휴 둘째인 30일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뒤 맞이한 두 번째 설에 담담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가족과 떨어져 명절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직장인 송일석(49)씨는 "지난 18년 동안 매년 명절마다 전북 전주에 있는 장인·장모를 뵈러 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며 "오늘 확진자가 1만7천명을 넘었더라. 나도 내려가기가 걱정되고 장모님도 겁이 난다고 해서 따로 설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향에 폐 끼칠까 겁나요"…확진자 폭증에 귀성 포기
팍팍한 고용상황에 어렵게 취직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은 설 고향 방문을 일찍이 단념한 모습이었다.

2년째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27)씨는 "지난해 11월에 봤던 임용시험에 떨어져서 1년 더 준비하게 됐다.

충주에 계씬 부모님께는 연휴에도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고 안 내려가기로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코로나 상황도 심각하고 제대로 자리를 못 잡은 상태에서 내려가면 부모님도 씁쓸해하실 것 같다"며 "같은 시험 준비 중인 친구들과 밥이라도 한 번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회사에서 채용 전환형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박모(27)씨는 "회사의 평가 결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 여부가 갈리는 인턴이다 보니까 연휴에도 맘 편히 쉴 수 없다"며 "고향 마산에서 오늘 저녁에 서울로 올라가려 한다.

연휴 전부터 쌓인 잔업이 있어서 출근 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귀성을 포기한 직장인들은 닷새간의 연휴 동안 집에서 '재충전'을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학원강사 지민주(26)씨는 "해외여행은 코로나 때문에 취소했고, 국내 여행도 명절 때는 사람이 많아 어려울 것 같다"며 "사람 많은 곳을 피해서 친구들과 만날 계획이다.

자취방에 친구들을 초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본가가 있는 서울 도봉구를 떠나 전남 나주에서 회사생활을 하는 황모(29)씨는 "혼자서 휴식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서울에 코로나가 심해서 가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연휴 동안에는 쌓인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고 싶다"며 "영화 몇 편 보고 게임을 하면서 쉴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향에 폐 끼칠까 겁나요"…확진자 폭증에 귀성 포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