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부서 김정원 경장…제빵봉사에 공익신고까지 11년째 공동체 활동
직업 숨기고 리더 맡아 직접 기획도…"더 봉사하려 상담대학원 준비"

"밤새도록 실종자를 찾다가 근무가 끝나면 얼른 집에 가서 자고 싶지만, 그 유혹을 이기고 봉사하면 기분이 좋아서 피곤한지도 몰라요.

"
[#나눔동행] 청년경찰의 '비밀 취미'…10년간 1천288시간 봉사
경기 수원서부경찰서 형사과 실종수사팀 김정원(29) 경장이 오랜 기간 바쁜 시간을 쪼개 남을 돕는 이유이다.

김 경장은 대학교 1학년이던 2011년 현대자동차그룹의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에 참여해 인도 첸나이의 빈민지역에서 학교 개보수와 초등학생 교육활동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봉사를 시작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작은 도움에도 큰 고마움을 느끼는 인도 주민들의 모습에 감동했다.

김 경장은 "뭘 해야 하겠다는 특별한 목표나 의지가 없었는데 저의 별거 아닌 행동이나 말에 대해 엄청 고마워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가치 있게 살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후 김 경장은 봉사를 직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경찰이 되기로 하고 의무경찰로 복무한 뒤 2016년 순경으로 임관했다.

경찰이 된 이후 직업으로 봉사한다는 생각에 다른 봉사활동은 중단했다.

그러나 봉사활동을 할 때 느낀 행복과 감동은 김 경장을 다시 도움이 필요한 이웃 곁으로 이끌었다.

2019년부터 경기도자원봉사센터에 속해 봉사하기 시작한 그는 지난해 3월 센터 내 청년봉사단장으로 뽑혔다.

청년봉사단에 이름을 올린 20세에서 35세 사이 1천900여명 중 팀장 격으로 활동하는 리더그룹 100명을 상대로 한 투표에서 김 경장은 후보 5명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김 경장의 봉사는 그가 청년봉사단장을 맡으면서 본격화되는 동시에 전문화됐다.

[#나눔동행] 청년경찰의 '비밀 취미'…10년간 1천288시간 봉사
그동안 짜인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만 해왔던 그는 직접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해 실행했다.

경찰로서 성 착취물 제작·유포 범죄의 심각성을 느낀 김 경장은 단원들과 함께 인터넷에 유포된 불법 촬영물과 음란물, 성매매 정보 등 2천4건을 찾아 방송통신진흥위원회에 신고해 삭제되도록 했다.

경기도는 불법 촬영물을 신고하면 1건당 3천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데 김 경장은 경기도로부터 받은 지원금 전액을 성범죄피해자 상담·지원 기관에 기부했다.

또 아크릴판에 "찰칵하면 철컹, 불법 촬영 노", "당신의 불법 촬영, 반드시 검거됩니다" 등의 문구를 넣어 만든 표찰 150여개를 수원시와 코레일의 협조를 받아 수원역, 육교, 지하철 등 곳곳에 부착했다.

김 경장은 제빵 봉사를 하고자 지난해 1월부터 두 달간 제빵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이후 직접 만든 빵과 손편지를 함께 담아 미혼모 시설, 노숙자 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자살예방센터 등 4곳에 전달했다.

그가 소외된 이웃을 위해 만든 빵은 1천개가 넘는다.

앞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딴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된 2020년에는 청년봉사단 40여명과 함께 경기도 내 초등학교 40여 곳 앞에서 불법 주정차 된 차량을 공익신고하고 공익신고로 개선된 상황을 인스타그램 등 SNS와 지역 맘카페에 올려 참여를 유도했다.

김 경장의 이런 봉사는 비번 때마다 틈틈이 이뤄졌다.

이렇게 이어진 그의 지난해 봉사 시간은 행정안전부 '1365 자원봉사포털'에 기록된 것만 해도 228시간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경찰관 중 가장 많다.

그가 봉사를 시작한 2011년부터 계산하면 1천288시간에 달한다.

[#나눔동행] 청년경찰의 '비밀 취미'…10년간 1천288시간 봉사
긴 시간 봉사해온 김 경장이지만 그가 시간이 날 때마다 봉사한다는 사실을 아는 동료 경찰관이나 그의 직업을 아는 청년봉사단원은 많지 않다.

김 경장은 "승진하려고 봉사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고 직업을 얘기하면 도움받는 분들이 어려워하는 일도 있어서 주변에 봉사한다고 얘기하거나 봉사 가서 직업을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의 현재 목표는 상담대학원 입학이다.

그는 "실종수사팀에 있다 보니 가출청소년이나 극단적 선택 시도자 등 마음이 아픈 분들을 자주 만나는데 그분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더 잘하고 싶고 또 전문봉사자가 되고자 상담대학원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힌 뒤 "대학원에 가려면 토익 점수가 필요해 얼마 전부터 영어학원에 다니는데 쉽지 않다"며 미소 지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