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중국 철도운수부는 춘제 특별수송기간인 춘윈(春運·1월17일∼2월25일) 이동 인구가 2020년의 14억8천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중국 육로 교통의 허브 중 한 곳인 베이징역에서 명절 직전의 활기를 좀처럼 느끼기 어려웠다.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2월4일)과 춘제를 앞두고 역 광장 곳곳에서 평소보다 경비 태세를 높인 듯한 공안(경찰)과 무장경찰의 존재가 유난히 두드러져 보일 정도였다.
코로나19 위험지역을 다녀오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스마트폰 미니 프로그램(젠캉바오<建康寶>)의 녹색 표시를 보여줘야 역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에는 사람들이 줄을 설 필요가 없었다.
역사에서 광장으로 나오는 출구 쪽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방역 만리장성'으로 불리는 고강도 방역 정책 속에 한동안 코로나19 '무풍지대'였던 베이징에서 지난 15일 이후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를 포함한 감염자가 속속 나오면서 고위험 지역 1곳, 중(中) 위험 지역 7곳(이상 모두 펑타이구 소재·28일 현재)이 지정된 여파로 보였다.
베이징 시민들에게는 '춘제 기간 외지로 이동 자제' 권고가 내려지고, 베이징발 방문자에 대한 여러 지방의 방역 기준이 강화된 상황, 베이징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베이징으로 돌아오는 길에 격리를 해야 할지 모르는 위험 등으로 인해 왕래객이 줄어든 듯했다.

베이징에서의 인턴 일을 마치고 고향인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로 돌아간다고 밝힌 20대 남성은 베이징발 인원에 대한 방역 기준이 높아진 탓에 "출발 전에 핵산(PCR) 검사를 받았고, 항저우에 도착하면 두 차례 검사를 더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으로 돌아간다는 한 20대 프로그래머는 연휴 기간 베이징 방역 수위가 높아짐으로써 귀경 후 격리 의무가 생기는 상황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회사가 재택근무를 권장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얼빈(哈爾濱)으로 돌아간다고 밝힌 한 30대 자영업자는 "출발 전 핵산 검사를 했고, 도착 후 또 한 번 해야 한다"며 "내 직업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 귀경길을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베이징역이 시내 명소 중 한 곳임에도 역 주변에서 올림픽 분위기를 감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역 광장과 주변 도로를 구분하는 가설 펜스에 올림픽 광고물이 붙어 있었지만 왕래객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일반 대중에 대한 입장권 판매가 무산된 가운데, 정부도 올림픽을 '안전하고 간소하게' 치르는 데 방점을 찍고 있어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와 같은 전국민적 '설렘'은 찾기 어려웠다.
코로나19가 중국의 두 축제(올림픽과 춘제)를 '납치'한 듯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