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27일 "스마트기기 부품업체인 브로드컴이 국내 스마트기기 제조업체를 상대로 장기계약을 강제한 행위에 대해 심사보고서가 상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다. 2020년 회계연도 기준 순매출액은 약 239억 달러(약29조원)로, 국내에선 스마트기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조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사 배제행위,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자사우대행위 등 거대 플랫폼의 독점력 남용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브로드컴에 대한 제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심사보고서에 대한 브로드컴의 의견서가 제출되면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국내 스마트기기 제조업체가 다른 경쟁사 제품을 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장기 계약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드컴의 부품을 당장 필요로 하는 국내 제조업체 입장에선 장기계약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추후 더 나은 품질의 부품을 개발한 업체가 등장해도 국내 제조업체는 브로드컴 부품을 쓸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이 같은 장기계약 강요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고 보고 있다.

조 위원장은 또 "다크패턴 등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기만행위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크패턴은 거래 과정에서 숨어 있는 정보나 속임수 등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다. 이에 조 위원장은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도 강화해 소비자 스스로가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