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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라더니"…'국평 48억' 잠실 아파트에 무슨 일이 [현장+]
1월 20일 입주 시작후 결로 호소 세대 속출…주차장 누수 사례도
조합원 주방 구조 변경·자재 다운그레이드 주장
롯데건설 "조합과 협의해 인허가 기준으로 시공"
조합원 주방 구조 변경·자재 다운그레이드 주장
롯데건설 "조합과 협의해 인허가 기준으로 시공"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믿고 기다렸는데, 입주하자 맞닥뜨린 건 결로, 얼어붙은 창문과 지하 주차장에 쏟아지는 물줄기였습니다. 이게 어떻게 국민평형(전용 84㎡) 48억원짜리 아파트입니까?" (잠실르엘 입주민 A씨)
서울 송파구 잠실의 새 대장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잠실르엘'이 입주와 동시에 하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최고 35층, 13개 동, 1865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최근 전용 84㎡ 입주권이 48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하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단지입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입주 직후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하는 입주민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잠실 르엘 조합원 100여명 모여 시위 나서…하자 두고 '입장차'
신축 아파트 하자를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대개 집주인들은 이런 내부 결함을 외부로 발설하기를 극도로 꺼립니다. 하자가 공론화할 경우 단지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이는 곧 자산 가치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런데 입주 시작 불과 보름여 만에 이들이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며 거리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장에 모인 조합원이 입을 모아 제기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결로와 결빙 문제입니다. 난방하지 않은 공실 상태에서도 창문에 결로수가 흐르고 새시가 얼어붙어 열리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입주민 사이에서는 "아파트가 아니라 냉동 창고 같다"는 자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 입주민 B씨는 직접 찍은 동영상을 통해 내부 상태를 공개했습니다. 지난달 22일 촬영했다는 이 영상 속에는 창문이 얼어 성에가 끼어있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B씨는 "요즘 구축 아파트에서도 창문에 이런 정도의 성에는 발생하지 않는다"며 "시공을 똑바로 했다면, 싸구려 자재를 썼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지하 주차장과 세대 창고 등 단지 곳곳에서 발견된 누수 현상도 입주민의 걱정거리입니다. 하이엔드 단지에서 발생한 지하 주차장 누수 현상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알려지며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ㄷ자 주방이 왜 11자로?"…자재 논란도
또한 조합원 측에서는 시공사가 분양 당시 약속한 설계와 자재가 입주민 동의 없이 변경됐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전용 84㎡ C타입 세대에서 주방 구조가 기존 'ㄷ'가 형태에서 '11'자나 'ㅡ'자 형태로 변경됐고, 거실 중앙으로 후드가 옮겨가면서 식탁을 놓을 자리가 사라졌다는 주장입니다.한 조합원 D씨는 "주방 구조가 (안내받은 도면에서) 아예 바뀌어버렸다"며 "새집에 다시 돈을 들여 고쳐야 하는 상황이 기가 막힌다"고 토로했습니다. 변경된 도면은 정비업체(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측이 책자를 인쇄하는 과정에서 빠뜨리면서, 조합원에게 제때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제가 된 84㎡ C의 경우 일반분양 물량 중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롯데건설은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시행사(조합)와 협의가 이뤄진 도면 그대로 완벽하게 시공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결로 등은 신축 건물이 겨울철에 입주하면서 발생하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며, 현재 고객상담(CS) 팀이 현장에 상주하며 즉각적인 처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자재 등에 대해 "조합원 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은 그대로 시공을 한 것"이라며 "조합에서 준 마감재 리스트 그대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입주 하루 전 공사비 검증하지 않는다 '독소조항' 통과"
조합원들은 또한 입주 시작 하루를 앞두고 지난달 19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시공 과정의 문제에 대해 일절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공사비 검증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도급계약 수정안이 통과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해당 조항에는 향후 모든 이의제기 금지 및 모든 형태의 검증·조사 요구 불가 내용이 명시돼 있어, 조합원 사이에서는 "시공사에 면죄부를 준 족쇄 계약"이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이들은 롯데건설이 '키 불출'을 앞두고 이런 불공정 계약에 찬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재비 상승으로 건설사들이 비용 절감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하이엔드 브랜드를 표방한 단지에서 품질 논란이 반복된다면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