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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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논란이 됐던 선별 입건 제도를 없앤다. 공수처장의 수사 개입을 줄여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검찰과 갈등을 빚은 ‘조건부 이첩’ 조항도 삭제된다.

공수처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건사무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앞으로 수사할 사건을 직접 선별해 입건하지 못한다. 대신 검찰이나 경찰처럼 고소·고발로 사건이 접수되면 자동으로 입건되는 식으로 바뀐다. 입건된 사건은 사건관리담당관실에서 공수처법에 따른 수사대상과 혐의가 맞는지 확인한다. 공수처 수사대상임을 확인하면 공직범죄사건으로 분류돼 입건되고 나머지 사건은 성격에 따라 △내사사건 △진정사건 △조사사건 등으로 나눠져 배당된다.

공수처는 그동안 고소고발로 사건이 접수되면 사건분석조사 담당실에서 먼저 수사할 사건을 추려낸 다음 공수처장의 최종 결재를 거쳐 수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출범 이후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선별 입건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지난 21일 공수처 출범 1주년 기념행사에서 “사건 입건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공수처는 입건 사건 증가로 공소 담당 검사의 업무 부담이 커질 것을 대비해 수사·기소 분리사건 결정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반 사건은 수사 담당 검사가 공수처장의 지휘·감독에 따라 공소제기 여부까지 결정하지만, 공수처장이 선정한 수사·기소 분리사건에 한해선 공소부 검사가 최종 결정에 관여할 수 있다.

공수처는 출범 초기부터 검찰과 마찰을 빚어온 조건부 이첩 조항도 삭제하기로 했다. 이 조항은 공수처가 수사여력이 없을 때 '제 식구 감싸기' 우려가 큰 사건은 해당 기관에서 수사한 뒤 공수처가 돌려받아 검증한 뒤 공소 제기를 판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수처가 지난해 5월 해당 조항을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 넣자 대검찰청에선 “법적근거가 없다”며 반대했다.

경찰이 판·검사 등을 수사할 때 신병 확보를 위한 체포·구속영장을 공수처에 신청하도록 한 조항도 지우기로 했다. 이 역시 검찰이 반대했던 내용이다. 다만 압수수색 영장이나 통신 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 등 수사를 위한 허가서는 지금처럼 경찰이 공수처를 통해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