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는 지난주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한 주 동안 나스닥지수는 7.55%, S&P500지수는 5.68% 떨어지며 2020년 3월 후 최악의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다우지수도 4.58% 밀렸다. 2020년 10월 후 주간 낙폭이 가장 컸다.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26일 정례회의를 마치고 내놓을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증시 불안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등할 틈도 안 준다

美증시 작은 악재에도 와르르…파월 '금리인상 언급'만 쳐다본다
지난 21일까지 나스닥지수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뉴욕증시는 조정이 이어졌다. 조정을 받더라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이르면 다음날 바로 반등했던 지난해 말 분위기와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최근 뉴욕증시의 가장 큰 특징으로 ‘뒷심 부족’을 꼽고 있다. 장 초반에는 전날보다 반등 또는 보합으로 출발하며 투자자에게 잠시 ‘희망’을 줬다가 장 막판에 매도세가 몰리며 결국 하락 마감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20일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 이상 상승 출발했다가 결국 1.3% 가까이 하락하는 등 상당한 변동폭을 보였다. 미 투자회사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에 따르면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장이 약간이라도 반등하면 즉시 보유 주식을 처분하려는 대기자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악재가 나오면 예민하게 반응하며 시장 전체의 조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표적 예가 넷플릭스의 실적 발표다. 20일 장 마감 후 넷플릭스가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발표하자 다음날인 21일 넷플릭스 주가는 21.79% 폭락했다. 2012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하루 낙폭이었다. 넷플릭스 충격은 나스닥을 넘어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월트디즈니 주가까지 6.94% 끌어내렸다.

월가에서는 고객들에게 성장주를 정리하고 금융·에너지 등 경기방어주로 갈아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나스닥 주식 중 70% 이상이 최고가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약세장 신호가 뚜렷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성장주 투자의 대표주자인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와 가치주 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성과가 크게 엇갈리는 상황을 들며 ‘대세’ 투자 전략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크인베스트의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크이노베이션ETF(ARKK)의 주가는 올 들어 24%가량 떨어진 반면 벅셔해서웨이 주가는 2% 정도 올랐다. 지난해 초와 비교해보면 벅셔해서웨이 주가가 34% 상승하는 동안 아크이노베이션ETF 주가는 43% 떨어졌다.

Fed에 쏠리는 투자자 이목

25~26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는 뉴욕증시의 향방을 좌우할 분수령으로 꼽힌다. 월가에서는 이번 회의를 마친 뒤 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 금리 인상 시기와 횟수 등에 대한 힌트를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Fed가 올 3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3~4회에 걸쳐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Fed가 당장 1월부터 금리를 올리고 그 폭도 0.5%포인트에 이를 수 있다는 소수 의견도 있다.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 시기에 대한 언급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급속한 인플레이션이 경제 회복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발언하는 등 ‘인플레 파이터’로 변신한 제롬 파월 Fed 의장의 26일 기자회견에 투자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증시에서는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를 비롯한 뉴욕증시 상장사들의 실적 발표도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주에는 S&P500 기업 중 20%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테슬라 등 빅테크를 비롯해 맥도날드, 3M,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이 포함돼 있다. JP모간체이스는 뉴욕증시 상장사들이 지난해 4분기 거둔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이익은 34%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외 다른 국가 중앙은행들의 정책 변화도 관심사다. 주요 국가 중 캐나다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26일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높다. 영국은 다음달 3일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고운 기자/뉴욕=조재길 특파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