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응 수위 놓고 실언 논란…"굳이 미-유럽 이견 노출" 지적
우크라도 반발…"절반짜리 침공은 없어"
바이든 '경미한 침입' 발언에 유럽 화들짝…"불필요한 언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강도에 따라 대응 수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 동맹국인 유럽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외치는 유럽과의 의견 불일치를 드러낸 것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더 대담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초강력 제재를 예고하면서도 '경미한 침입'은 별개라고 언급했다.

러시아가 경미한 수준의 침입을 할 경우 강력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으로, 사실상 불필요한 언급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NYT는 유럽과 미국 간의 분열 조짐은 바로 푸틴 대통령이 바라는 것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공격을 감행하도록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같은 날 EU 의회 연설에서 유럽 독자 안보 체제를 주장해 파장을 낳았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결국 서방 동맹국 간의 불화를 두드러지게 했으며, 이는 러시아에 잠재적인 이득이라고 꼬집었다.

유럽과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단호한 반대 목소리를 내며 미국과 연합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모두 그 정확한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NYT는 특히 미국과 유럽 정부 관료들은 그동안 '레드 라인'의 공개적인 언급으로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한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막후에서 의견의 불일치가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짚었다.

로빈 니블렛 영국 채텀하우스 소장은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과 일치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조율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며 "결속을 다지기 위해 미 관료들이 유럽을 다니며 하는 노력을 생각해보면 이상해 보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베를린 소재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의 울리히 스펙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동맹의 단합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라면, 이것은 실수"라고 말했다.

EU는 경제 제재를 주요 무기로 고려하고 있으며, 이는 치열하고 비밀스러운 논의 주제라고 유럽 고위 관리들은 전했다.

러시아가 외교에 응하지 않는다면 강경 제재가 따르겠지만, 그 수위는 러시아의 실제 행동에 맞춰 조정될 수밖에 없다고 NYT는 설명했다.

바이든 '경미한 침입' 발언에 유럽 화들짝…"불필요한 언급"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관료들은 더 약한 대응은 푸틴 대통령을 부추길 뿐이라고 우려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절반 정도 공격적이라는 것은 없다.

공격적이거나 공격적이지 않거나 둘중 하나"라며 "우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준공격이나 소규모 침략 작전을 갖고 놀 수 있는 약간의 기회도 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 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통화하고 "강력하고 명확하며 연합된 대서양 동반 전선의 필요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함께 논의하기 위해 오는 24일 열리는 올해 첫 EU 외교장관 회의에 블링컨 국무장관을 초청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