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국내 주요 상장사와 계열사 등 수천여 개 기업에 대해 대표소송을 걸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이런 국민연금 수탁위에 대한 정보 및 행보와 관련해선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어 ‘밀실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비판이 경영계에서 일고 있다.

수탁위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 단체가 3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근로자 단체가 3인을 추천하고, 나머지 3인은 지역가입자 단체가 추천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해당 위원을 어느 단체가 추천한 것인지에 대해선 보건복지부나 국민연금은 비공개 항목으로 분류하고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사용자 단체 및 근로자 단체와 달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지역가입자 추천인이 논란이다. 원래 농어업인이나 자영업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수탁위원을 추천해야 하지만, 실제로 정부는 시민단체 등에 추천 자격을 주고 있다. 지역가입자 추천 수탁위원 세 명 중 한 명은 시민단체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추천으로 들어왔고, 나머지 두 명은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추천을 받았다. 다음달 기금위 회의를 앞두고 최근 ‘깜깜이 인사’ 논란이 제기되자 복지부는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대신 전날 밤 경총 등 일부 단체에만 추천단체 명단을 돌리면서 확인된 사실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을 두고 사용자 측 위원과 근로자 측 위원의 의견이 엇갈릴 때는 결국 지역가입자 단체 추천 위원들이 결정권을 쥐게 된다”며 “정부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단체에 비공개로 이 막강한 자리의 추천 권한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수탁위는 지금까지 회의록 및 회의안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가 회의할 때마다 회의안건을 올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회의록을 모두 공개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국민연금 홈페이지에선 기금위 회의에서 특정 안건에 대해 특정 위원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수탁위의 회의안건과 회의록은 아무것도 검색되지 않는다.

한 기업 관계자는 “당장 3월부터 수탁위가 기업의 배당 문제를 비롯해 임원의 보수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에 대해 문제 삼고, 대표소송까지 할 수 있는 주체가 되는데 기업들이 알 수 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다”며 “최소한 누가 어떤 의견을 갖고 회의했는지 등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