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조례 없어 현재로선 처벌 안 돼
도 "법적 대응 방안 검토 중…시스템 개선해 부작용 최소화"

무료로 발행되는 한라산 탐방 예약 QR 코드가 온라인에서 거래되자 제주도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으나 현재로선 불가능한 조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라산 탐방 예약 QR코드 사고팔면 민·형사 책임 묻겠다?
20일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 따르면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유명 연예인이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하며 한라산 정상 백록담까지 등반하는 모습이 방영된 뒤 탐방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백록담 탐방 예약제가 시행되고 있어 몰려드는 탐방객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탐방 예약 QR 코드가 온라인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탐방 예약제에 따라 백록담까지 등반이 허용되는 인원은 1일 성판악코스 1천 명, 관음사코스 500명이다.

당일 입산 가능 시간 전까지 온라인 한라산 탐방 예약시스템이나 전화로 예약하면 휴대전화로 QR코드를 받고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당일 잔여 예약 인원이 있다면 현장 입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QR코드를 캡처하면 실제 예약자가 아닌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맹점이 드러났다.

실제로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휴대전화 화면을 캡처한 탐방 예약 QR코드가 1만∼5만원에 매매되고 있다.

제주도는 이에 탐방 예약 QR코드 매매 행위가 적발되면 민·형사상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실제 처벌이 가능할까.

한라산 탐방 예약 QR코드 사고팔면 민·형사 책임 묻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로선 민·형사상 처벌을 할 수 없다.

한라산 탐방 예약 QR코드 매매를 제한하는 법은 물론 제주도가 제정한 조례도 없기 때문이다.

한라산 탐방 예약 QR코드는 현재로선 엄밀히 말해 공문서가 아니다.

같은 QR코드라도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QR코드는 질병관리청에서 공식적으로 발급하는 공문서에 해당해 이를 허위 발급받을 경우 '공문서 부정행사죄'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예방접종 증명서를 거짓으로 발급한 자'는 감염병예방법 81조에 따라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무료로 발행되는 한라산 탐방 예약제 QR 코드가 사실상 '입장권' 역할을 하면서 이를 사고파는 행위를 암표 매매로 보고 처벌 방안을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걸림돌이 있다.

온라인 암표 매매를 처벌할 마땅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공짜로 받은 입장권을 웃돈을 받고 파는 행위는 경범죄의 암표 매매에 해당해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 매표소 앞에서 탐방 예약제 QR코드를 판매하다 적발됐을 때만 적용을 고려할 수 있다.

또 개인 간의 거래는 전문적인 암표상과는 달리 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제주도는 민·형사상 처벌 방침이 이처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먼저 인증 방식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한라산 탐방 예약 QR코드 사고팔면 민·형사 책임 묻겠다?
현재 한라산 탐방 예약 방식을 실명 확인을 거쳐야만 가능하도록 전환하고, 예약 시 발급된 QR코드에 개인정보를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인정보가 기재되면 정보 유출 우려로 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적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개인정보가 기재된 QR코드를 마치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다가는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실례로 수능 수험표는 매매가 불법이 아니지만, 구매해 사용하는 것은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도는 또 당장 탐방 예약제 QR코드 개인 거래 적발 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1년 동안 탐방 예약을 금지하는 벌칙을 부과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법무담당관과 현재 시스템상 한라산 탐방 예약 QR코드 매매에 대한 민·형사상 처벌 방안이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시스템을 개선해서라도 불법적인 매매를 최소화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