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신한투자금융 영업점에서 청약을 하고 있다. /사진=한경 DB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금융 영업점에서 청약을 하고 있다. /사진=한경 DB
국내 공모주시장 역사에 이정표를 남긴 LG에너지솔루션이 유가증권시장에 오는 27일 입성한다.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까지 치솟는 현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직후 유통물량이 10% 미만으로 추정,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당초 유통물량은 전체 주식의 14.53%였으나 기관투자가들의 77%가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는 의무보유확약을 신청하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가는 30만원이며, 상장 당일 따상에 성공할 경우 주가는 78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 시가총액은 약 70조2000억원에서 182조5200억원으로 치솟게 된다. 만약 따상을 기록할 경우 SK하이닉스(92조4500억원)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시총 2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공모주 역사를 새로 썼다. 역대 최대인 114조1066억원어치 청약 증거금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이는 작년에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80조9017억원)와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000억원), 카카오게임즈(58조5000억원), 하이브(옛 빅히트·58조4000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청약 참여 계좌는 442만개에 달했다. SKIET의 공모주 청약(474만 건)보다 적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한 사람이 한 증권사를 통한 청약만 가능해 중복 청약이 많았던 SKIET의 참여 인원을 사실상 크게 웃돌았다.
LG에너지솔루션 본사 로비. /사진=한경 DB
LG에너지솔루션 본사 로비. /사진=한경 DB
시장에서는 오는 27일 상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따상을 거둘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따상까지 오르기에 충분한 요건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주요 주주 보유분, 우리사주조합 배정분, 기관 확약분 등을 제외하고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할 수 있는 물량이 전체 10% 미만이다. 상장 이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거둔 SK바이오팜의 유통 주식 비중은 약 13%였다. 따상 기록을 남겼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12% 정도였다.

코스피200·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 주요 지수에 조기 편입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패시브 자금(지수를 추종하는 자금)도 1조원 넘게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따상에 성공한 공모주가 적고,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연초 이후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가 급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게다가 모회사인 LG화학의 시총이 46조원 수준인 것도 제약 요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직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상장 후 6개월이 지나면 최대주주이자 모회사인 LG화학의 의무보유 기간도 끝나기 때문이다.

현재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 후에는 지분율이 81.84%로 낮아지게 된다. LG화학의 의무 보유 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최대주주의 의무보유 기간이 끝나면 LG에너지솔루션 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오버행)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절반(50%)이상만 확보해도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고 의무보유 기간이 끝나면 지분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직후 유통물량이 적어, 따상 조건을 갖췄다"면서도 "상장 6개월 뒤에는 모회사인 LG화학 때문에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