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에 맞선다더니"…카드 오픈페이 벌써 '휘청'
한 신용카드사의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다른 회사 카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카드사 '오픈페이' 서비스가 준비 단계부터 고전을 겪고 있다. 당초 8개 전업 카드사 전체가 합심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항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일부 카드사가 참여를 주저하면서다. 이에 반쪽짜리에 그칠 오픈페이 서비스가 지닐 경쟁력이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드사들은 고객 편의성과 만족도 등 서비스 평가 전면에서 빅테크 기업과 대적했을 때 승산이 없다고 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롯데·하나·비씨카드는 최근 모바일실무협의체에 전문분과를 개설했다. 지난해 말 오픈페이를 위한 카드 상호 연동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규격 표준화 작업을 마쳤다. 이번 전문분과를 통해 카드사별 시스템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장한다는 방침이다. 각사별 오픈페이 효과에 대한 분석 작업도 병행한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최초 앱 카드 연동 사례가 등장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가 참여한 모바일협의체가 오픈페이 서비스 추진에 합의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카드사들은 빅테크 기업에 맞서는 취지에서 서비스 통합에 대한 뜻을 모은 바 있다. 현재 각 카드사의 앱에선 자사의 카드로만 결제가 허용되는데, 신한카드 앱에서도 KB국민카드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도록 업계에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 준비 단계에서부터 카드사 간 입장차가 갈리면서 오픈페이 자체 경쟁력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서비스 개발 작업에 착수한 카드사는 5개사뿐이다. 삼성·현대·NH농협카드는 오픈페이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서비스 개발 및 진행 상황에 따라서 오픈페이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카드도 모바일협의체 및 오픈페이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일부 카드사가 참여 결정을 내리지 못한 데에는 서비스 개발로 얻을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 판단에서다. 우선 은행 등 다른 계열사의 금융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통합 앱을 지닌 은행계 카드사와 달리 비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자사 경쟁력 확보 면에서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빅테크 기업의 독주를 막고자 추진된 서비스를 통해 오히려 다른 카드사에 고객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서비스 실현에 대한 불확실성, 서비스 구현 과정에서의 문제점 출현 등이 오픈페이 참여를 꺼리는 요소로 꼽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처음 시도되는 유형의 서비스인 만큼, 변수가 많은 사업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오히려 고객 충성도에 해를 끼치거나 고객 편의성을 떨어지는 결과도 있으이라고 본다"며 "도입 취지는 좋으나, 이에 걸맞은 서비스 구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인 만큼 서비스 개발은 물론 도입 이후까지 상황을 지켜보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오픈페이가 '반쪽짜리' 서비스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빅테크 기업에 맞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고객 편의성과 만족도 등 서비스 평가 전면에서 빅테크 기업과 대적했을 때 승산이 없다고 판단되면서다. 일단 일부 카드사만 참여할 경우 고객 편의성을 반감시킬 여지가 크다. 말 그대로 오픈페이 서비스는 하나의 앱에서 다른 카드의 이용을 허용하는 것인데, 전체 카드사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효용성을 잃을 수 있어서다.

여기에 서비스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고객 접근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카드사는 빅테크 기업과 달리 마케팅 영역에서 받는 제약이 큰 편이다. 카드사는 기본적으로 금융감독원에 마케팅 비용 관련 업무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구두나 행정지도를 통해 일회성 마케팅을 자제하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결국 포인트 적립 등 고객 대상 혜택 제공 면에서 빅테크 기업과 카드사 간 차이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전체 카드사 통합에 따른 추가적인 서비스 혜택을 내놓지 못한다면, 오히려 빅테크 기업으로의 고객 유입을 돕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 사이에서 오픈페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대한 많은 카드사의 참여가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요 카드사 전체가 서비스 개발 단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면 서비스 도입 취지가 희석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서비스의 유용성과 고객 효용 개선 효과가 크게 반감될 것"이라며 "사실상 주요 카드사 참여 여부 자체가 오픈페이 서비스의 파급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원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카드사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