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선처 호소했으나 2심 "1심 판결 잘못 없어" 금고 3년


철거가 예정된 재개발지역에서 실수로 불을 내 다문화가정 일가족 3명이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60대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부(김청미 부장판사)는 14일 중실화와 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A(67)씨에게 원심과 같은 금고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31일 오전 3시 5분께 원주시 명륜동 주택 밀집 지역에서 석유난로 취급 부주의로 인해 불을 내 이웃 주택에 있던 필리핀 국적의 B(73·여)씨와 손주 C(9)양, D(7)군 등 3명이 숨지게 하고, 딸 E(32·필리핀)씨를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석유난로를 침대에서 불과 30㎝ 떨어진 방바닥에 두고 잠을 자다가 뒤척였고, 이로 인해 솜이불이 난로의 불과 접촉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화재로 4명이 숨지거나 다친 것을 비롯해 집 2채가 전소되고, 2채는 절반가량을 태운 뒤 1시간 20여 분 만에 꺼졌다.

불이 난 곳은 재개발지역으로 고지대에 주택 20여 채가 빽빽하게 모여 있는 '달동네'였다.

달동네 다문화가족 화재 참변…실수로 불낸 60대 2심도 실형
10여 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가정을 꾸린 E씨는 명륜동에 4∼5년 전 이사 왔으며, 다니던 공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어려워지자 일자리를 잃은 사연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조사 결과 A씨는 기초연금수급자로서 일정한 수입 없이 일용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약 10년 전부터 친척 명의로 된 빈집에서 홀로 지내던 중 실수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실수로 불을 낸 사정 등을 고려하더라도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화재 당시 자신도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상황과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을 들어 선처를 구했으나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기록을 잘 살펴봤으나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A씨와 검찰이 낸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