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 살해협박까지
"미국에 있을 땐 미국인, 중국에 있을 땐 중국인"
에일린 구는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중국 이름은 구아이링으로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하프 파이프 세계 챔피언으로 꼽힌다. 올해 열린 세 차례 월드컵을 모두 휩쓸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프리스타일 하프파이프와 슬로프스타일 2관왕에 올랐다.
2003년생으로 올해 19세인 에일린 구는 2019년부터 중국 대표로 국제 대회에 출전해 왔다. 빼어난 실력에 미모까지 겸비한 에일린 구는 명품 브랜드들의 모델로 발탁됐고, 보그, 엘르 등 패션 잡지에서도 등장했다.
특히 루이비통은 에이린 구와 손잡고 새롭게 디자인 된 '트위스트 백'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20년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에서 1600점 만점에 1580점을 맞으며 스탠퍼드대에 합격했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학업을 1년 미뤘지만 스포츠 뿐 아니라 국제관계, 공공정책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엄친딸'로 사랑받아왔다.
에일린 구는 중국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할 것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리면서 "엄마가 태어난 곳의 젊은이들, 특히 어린 소녀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스키 인프라가 부족했던 중국 역시 유망주 에일린 구의 합류가 동계 올림픽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에일린 구의 국적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데, 에이린 구가 2019년 국제스키연맹에 국가 변경을 요청할 때 미국 시민권자로서의 신분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은 것이 알려진 것.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같은 이유로 에이린 구가 살해 협박을 포함해 온라인 혐오 발언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그의 주요 스폰서인 레드불 홈페이지에 '구는 중국 국가대표가 되기로 선택하면서 미국 여권을 포기하고, 중국으로 귀화했다"고 소개돼 있었는데, 구가 미국 여권을 정말로 포기한 것인지 확인하는 이메일을 보낸 후, 이 내용이 삭제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왜 이 내용이 삭제되었는지 묻자, 레드불 측은 '구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을 위해 뛰는 것을 기대한다'면서 국적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에이린 구는 국적과 관련된 논란에 ESPN과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미국과 중국) 두 나라 사람들이 잘 지내길 원한다"며 "내가 미국인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고, 또 내가 중국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미국에 있을 때는 미국인이지만, 중국에 있을 때는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