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런 사람 아니잖아'라는 메시지 주고파"…'IP 공유' 법안 필요성 제기
'오징어게임' 황동혁 "인간에 대한 믿음 남아있다고 믿어"
잠들어있는 상훈(박해수 분)을 죽이려는 기훈(이정재)을 멈칫하게 만든 것은 "아저씨 그러지 마, 아저씨 그런 사람 아니잖아"라는 새벽(정호연)의 대사다.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배우 오영수에게 한국 최초 연기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오징어 게임'의 후반부 장면이다.

드라마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로 이 장면을 꼽았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소는 12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이미지상 시상식에서 디딤돌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의 사전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소 이사장과의 대담 형식 인터뷰에서 황 감독은 "모두에게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라는 말을 이 작품을 통해서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경쟁이 심해져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고 싶은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지만, 우리 가슴 속에는 어찌 보면 아직도 '누군가를 꼭 그렇게 죽이고, 밟고 올라갈 필요는 없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남아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작품을 처음 썼던 10년 전과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현재의 사회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 대본을 썼을 때만 해도 '너무 황당한 이야기'라는 반응이 우세했는데, 세상이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진 곳으로 변했다"며 "빈부의 격차가 더 심해지고 투기 열풍이 일어난 데다 팬데믹이 오면서 누구라도 ('오징어 게임' 속)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다는 마음가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황동혁 "인간에 대한 믿음 남아있다고 믿어"
사람들이 팬데믹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밝고 희망찬 작품이 성공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우울하고 폭력적인 '오징어 게임'이 성공했다는 점은 콘텐츠 업계를 놀라게 했다.

황 감독은 "행복감을 주는 이야기든 굉장한 충격과 놀라움을 주는 파격적인 이야기든 보는 사람들이 작품에 얼마나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작품에 나오는 인물과 이 안의 세계관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성공은 지식재산(IP)에 관한 논쟁도 불러일으켰는데, 황 감독은 국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IP를 독점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IP를 (창작자도) 공유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 산업 전반적인 면에서 보면 꿈나무를 키우는 일도 필요하다"며 "작가와 새로운 크리에이터들이 클 수 있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끊임없이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데는 자막의 역할도 중요했는데, 황 감독은 한국 작품들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번역이 아닌 한국말 그대로 뉘앙스를 살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오빠를 'oppa'라고 번역해도 '한국 사람들은 어린 여자가 나이 많은 남자를 부를 때 쓰는 친근한 표현을 쓰는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인식될 수 있는 시대를 만들고 싶다"며 "좋은 콘텐츠들이 많이 나오면 곧 그런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