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과학원이 12일 공개한 전날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국방과학원이 12일 공개한 전날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1일 극초음속미사일 도발을 ‘최종 시험발사’라 규정하며 실전 배치를 예고했다.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에는 22개월만에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참석하며 당분간 남북한 대화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이번 도발을 ‘전략무기 5대 과업’에 따른 것이라 강조하며 이른 시일 내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무력도발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12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연속 성공했다”며 “최종 시험발사를 통하여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활공체)의 뛰어난 기동능력이 더욱 뚜렷이 확증됐다”고 밝혔다. 이어 “미사일 활공 비행전투부(활공체)는 거리 600㎞ 계선(지점)에서부터 활공 재도약하며 초기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점 방위각에로 240㎞ 강한 선회기동을 수행해 1000㎞ 수역의 설정표적을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난해 9월과 지난 5일에 이어 3번째로 진행된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최종 시험발사’로 규정하며 조만간 실전 배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합참 발표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의 속도는 음속의 10배인 마하10에 달했다. 마하10의 속도면 발사 후 서울 상공에 1분이면 도달이 가능하다. 특히 극초음속 미사일은 현재의 한·미 미사일 방어망으로는 요격하기가 매우 어렵다. 포물선 형태의 궤적을 그리며 낙하하는 일반 탄도미사일과 달리 낙하 과정에서 활공비행체(HGV)가 분리돼 지그재그 모양으로 강하게 선회기동 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이 미사일은 전날 “비행거리는 700㎞ 이상”이라 발표한 합동참모본부의 분석보다 300㎞를 더 날아갔다. 김동엽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600㎞ 지점부터 변칙기동을 시작했다고 한 점을 볼 때 이 부분은 놓쳐서 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탐지하지 못하면 요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사일 발사 때 한 차례도 참관하지 않던 김정은도 이번 발사 현장에는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우리 군대의 현대성을 제고하기 위한 투쟁에 더욱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며 추가 도발까지 예고했다. 김정은이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2020년 3월 21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661일 만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8차례나 미사일 도발에 나섰지만 발사 현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임기가 4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사실상 더 이상은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전략무기 최우선 5대 과업’을 강조하고 나서며 조만간 추가 무력 도발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북한이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언급한 핵심 5대 과업은 △극초음속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다탄두 개별유도기술 △핵잠수함 및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SLBM) △군 정찰위성 등이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완료를 선언한 북한이 지난 4년 간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잠정 유예)을 깨고 ICBM 도발 등에 나선다면 사실상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른 시일 내에 SLBM 발사 도발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올해에는 2월 김정일 생일 80주년, 4월 김일성 생일 110주년, 김정은의 당과 국가기구 최고직책 추대 10주년 등 중요한 정치적 기념일들이 있어 북한이 연초부터 국방 부문에서 조기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방역의 장기화로 인한 주민들의 피로감을 떨쳐버리고 주민들을 ‘5개년계획’의 목표 달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원하기 위해서도 미사일 능력의 급속한 고도화를 추구하고 있고 앞으로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