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권한 커지고 주민 사회복지 늘고… 지방분권 강화 '맑음'
장밋빛 미래 전망 섣부르고 체감효과 제한적이란 진단 '흐림'

인구 100만이 넘는 경기 수원, 고양, 용인시와 경남 창원시가 나란히 특례시로 다시 태어난다.

일찌감치 예고된 일이지만, 수도권 대도시 세 곳과 비수도권 한 곳의 지방자치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의미 있는 전환점이 아닐 수 없다.

특례시는 기초지방자치단체 지위는 유지하되 도시 규모에 걸맞은 행정, 재정적 권한을 가지는 새 유형의 지방자치단체이다.

지정 근거를 담은 개정 지방자치법의 13일 전면 시행에 따라 닻을 공식적으로 올리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 대도시가 특례시가 되어 지역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사회복지 수혜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자치분권 2.0] ④ 인구 100만 넘는 수원·고양·용인·창원, 특례시 됐다
사회복지급여 기본재산액 기준이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변경되어 혜택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력이 비슷하더라도 큰 도시에 살수록 기본재산액 공제가 커져 사회복지 수급 대상에 선정될 확률이 높아지는 데에서 기인한다.

용인시를 예로 들면 특례시 지정에 힘입어 생계·의료·주거 등 여러 사회복지급여와 관련해 시민 1만여 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라고 한다.

창원시에서도 그동안 수급 대상에서 빠졌거나 탈락한 시민 1만 명가량이 각종 사회복지급여 분야에서 170억 원 상당의 추가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치분권 2.0] ④ 인구 100만 넘는 수원·고양·용인·창원, 특례시 됐다
산업단지 인허가 등에서 도를 거치지 않고 시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특례사무 권한이 확대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인허가권이야말로 자치단체의 핵심 권한 중 하나여서다.

이런 변화는 행정안전부가 작년 말 이들 대도시와 협의를 거쳐 특례 기능과 사무를 정하고 개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한 데 연동된 것이다.

86개 기능, 383개 단위 사무를 포함한 개정안에는 지역산업의 육성·지원,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사무, 물류단지의 개발 및 운영, 산업단지 개발, 교육기관 설립 및 운영, 지방 재정에 관한 사무,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 지방중소기업의 육성, 건축허가 시도지사 승인 등의 기능이 포함됐다.

비수도권 유일의 특례시가 된 창원은 특히 소방안전 부문에서 시의 권한이 커진 것을 반기고 있다.

창원시는 2010년 창원·마산·진해를 통합한 인센티브로 2012년부터 전국 기초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소방사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그동안은 소방·안전시설 확충 등에 쓰이는 소방안전교부세가 유사 규모의 광역단체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인구 30만 규모의 세종시보다도 적어, 촘촘한 소방서비스 제공을 위해 개선을 요구했던 터다.

창원시의 이런 요구는 특례시 출범이 확정(2020년 12월)된 이후인 지난해 11월 '소방안전교부세 교부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일부 개정되며 반영됐다.

해당 규칙은 "소방사무를 처리하는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즉 창원시에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에 따라 창원시의 '노후·부족 소방장비 교체·보강 소요 금액'을 산정할 때는 다른 광역시에 드는 금액 평균의 2분의 1을 가산하도록 했다.

결국 올해 소방안전교부세는 지난해 42억2천만 원보다 절반 이상(50.2%) 증가한 63억4천만 원(인건비 108억 원 별도)으로 책정됐다.

[자치분권 2.0] ④ 인구 100만 넘는 수원·고양·용인·창원, 특례시 됐다
시는 이 밖에 시민들이 피부를 느낄 수 있는 특례시 성공을 위해 특례권한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개정 지방자치법은 특례시에는 행정·재정 운영 등에 대해 특례를 둘 수 있게 했다.

지방분권 취지에 맞춰 특례시에 권한을 더 주고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사무 처리 범위를 넓혀주겠다는 의미다.

시는 누구보다 지역 실정을 잘 아는 시가 특례권한을 확보해 독자적 자치행정을 펼쳐나가게 되면 도시 경쟁력 향상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특례시 출범 초기에는 특례권한 확보를 통한 시민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법률에 있던 대도시 특례 규정을 제외하고 특례시 출범을 전후로 새롭게 확보된 특례권한은 사실상 전무해서다.

[자치분권 2.0] ④ 인구 100만 넘는 수원·고양·용인·창원, 특례시 됐다
각종 특례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 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등 각종 법률 제·개정 절차는 아직 진행 중이다.

시는 특례권한을 순차적으로 확보하면 도시 인프라 확충 등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지만 장담할 것은 하나도 없다.

특례시들에 공통적인 과제는 역시 재정 능력을 뒷받침할 재정 분권 확대일 거라는 진단도 잇따른다.

고양의 경우 도세 징수액의 교부 비율을 올리고 지방소비세 인상분을 특례시가 직접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답답해하고 있다.

이것이 어려운 것은 다른 지자체의 재원을 줄이거나 도의 시·군 기본계획 승인 권한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특례시의 특권을 경계하는 여타 지자체들의 불만으로 지자체 간 갈등이 나타날 우려도 작지 않은 등 갈 길은 멀고 행로에는 장애물도 많은 편이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12일 "올해는 특례시로 출범하는 창원시가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적 모델로 안착하느냐를 판가름 짓는 중요한 해"라고까지 의미를 부여한 뒤 "시민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광역시에 못지않은 특례권한을 추가로 받기 위해 시정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