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기금이 글로벌 투자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주 정부의 연기금 합병 추진 등으로 운용자산 규모가 급증하면서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호주는 2조4000억달러(약 2866조원)에 이르는 연기금을 통폐합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호주 연기금들이 세계 금융시장의 대형 플레이어로 급부상했다.

호주 건전성규제당국(APRA)은 부실 펀드의 합병과 시장 퇴출 압박을 가속화하고 있다. 호주 컨설팅기업 라이트레인의 애비섹 치카라 대표는 “중소 규모 펀드에 대한 압박이 거세다”며 “연기금 개혁으로 훨씬 더 강화된 기관투자 시스템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주는 연기금 운용사의 성과를 매년 점검하고 온라인 펀드 비교 등을 통해 건전성 지표를 확인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호주 연기금 시장에서 작년 10월 기준으로 12개월간 15건의 합병이 이뤄졌다”며 “이는 기록적인 합병 건수”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호주 연기금은 3~5개 정도의 메가펀드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FT는 “호주가 연금저축 의무화 제도를 시행한 것도 연기금의 자산 규모를 키웠다”고 했다.

현재 운용자산 규모가 1000억호주달러(약 86조원) 이상인 메가펀드로는 호주슈퍼, 어웨어슈퍼, 유니슈퍼, 큐슈퍼 등이 있다. 이 가운데 2440억호주달러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호주슈퍼는 지난달 클럽플러스를 흡수하는 등 14건의 합병을 진행했다. 호주슈퍼는 공격적인 몸집 불리기로 5년 안에 자산 규모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