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민변·정보인권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 좌담회 개최
"통신자료 수집, 정보주체 권리 침해…통제수단 필요"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비롯한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현행 제도의 미비점 때문에 정보 주체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정보인권연구소·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은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수처 사찰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수집 문제와 해결방안' 좌담회를 열고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장여경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지금도 연간 최소 600만건 이상의 통신자료가 제공되고 있다"며 "수사기관에서는 수사를 위해 꼭 필요한 정보였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고려하면 정말 필요한 자료 제공이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통신자료 수집을 막기 위해서는 자료 제공의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제공 요건을 강화하고 자료 제공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형식적으로 사업자가 통신자료 제공 요청을 거부할 수 있게 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공권력의 요청을 거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추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짚었다.

오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기업이 작동하는 사회 영역에서 공권력을 배경으로 한 권력관계가 어떻게 형성돼 작동하는지 사실관계까지 포착해 판단해야 한다"며 "입법의 위헌 여부는 모호한 경우 기본적 인권에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에 따르면 정보·수사기관은 재판과 수사 등에 필요한 정보수집을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에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통신자료를 요청할 수 있으며 사업자는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공수처는 최근 취재기자들과 그 가족·지인들, 야당 정치인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사찰' 논란이 불거지자 수사 과정에서 나온 휴대전화 번호가 누구의 것인지 확인하는 적법한 수사 절차였다고 주장했다.

"통신자료 수집, 정보주체 권리 침해…통제수단 필요"
서채완 민변 사무차장은 "21대 국회에서 나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들을 보면 통신자료 제공에 관해 통지(통보) 절차를 마련한다는 것이 골자인데, 이것만으로는 제도가 가진 문제를 해결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도 통지 절차만으로는 무분별한 통신자료 수집 문제를 해결하기에 부족하다는 데 공감했다.

양 변호사는 "통신자료제공 요건을 강화하고 요건의 실질적인 심사, 자료 제공이 적법한지 등을 심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시민들을 대신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를 통제할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기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국장은 "언론인 통신자료 조회는 취재원 특정과 경로 추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언론의 자유와 취재 활동을 침해하고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제도 자체가 개선되지 않는 한 사찰 논란은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