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가세로 코로나19 환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스라엘에서 독감 환자까지 급증해 이른바 '트윈 데믹'(twin demic, 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겨울에는 거의 없었던 독감 환자가 이번 겨울에 급증하는 데다, 코로나19 면역에 집중하느라 독감 백신 접종에 소홀했던 것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보건부가 최근 발표한 통계를 보면 지난해 9월 이후 독감에 걸려 입원한 환자는 2천825명에 달했다.

독감 환자가 거의 없었던 지난해 겨울과는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

예루살렘 하다샤 메디컬 센터의 감염병 전문의 란 니르-파즈 박사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 속에 독감 환자가 늘고 있다"며 "의료시스템에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에 집중된 의료 자원을 독감에 분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너무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사망자도 나올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지난겨울 이스라엘 방역당국은 코로나19 3차 유행을 맞아 이동 제한과 영업 제한 등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했다.

사람들은 당국의 방역 지침에 따라 집에 머물렀고 외출할 때도 마스크로 무장했지만,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이번 겨울 이동 제한 없이 지내고 있다.

여기에 여러 차례에 걸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독감 백신을 기피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스라엘 4대 의료관리기구인 루미트에 따르면 전체 회원 71만 명 가운데 이번 겨울 독감 백신을 맞은 사람은 7만5천여 명으로 1년 전(11만 명), 2년 전(10만 명)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최대 의료관리기구인 클라릿의 암논 라하트 박사는 "독감 백신 접종자가 예년의 3분의 2에 불과하다"며 "회원들에게 독감 백신을 권하면 나중에 맞겠다고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이 불러온 우려는 또 있다.

한 사람이 두가지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되는 이른바 '플루로나'(Flurona)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는 최근 임신한 여성이 두 감염병에 동시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이런 동시 감염 사례는 과거 미국, 브라질, 헝가리, 필리핀 등에서도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기 때문에 새로운 유형의 감염이 아니다.

또 두 가지 바이러스가 결합해 더 큰 위력을 발휘하지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독감은 동일하게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며, 고위험군도 의료종사자, 고령자, 기저질환자, 임신부 등으로 거의 같다.

다만, 일부 플루로나 감염자에게서 더 심각한 증세가 나타나는데 이는 대체로 백신 접종 여부에 따른 차이로 보이는 만큼, 백신 접종을 통한 면역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라빈 메디컬 센터 벨리슨 캠퍼스의 아논 비츠니처 산부인과 과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백신을 맞으면 증상은 경미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최근 델타 변이에 오미크론 변이까지 가세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중증환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9일 트위터에 코로나19 5차 유행 중에 전체 인구의 최대 40%가량이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각료회의에 보고된 데이터를 보면 이번 유행중 이스라엘에서 200만명 내지 400만명이 감염될 수 있다"고 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