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지난달 코로나19 방역조치 강화에 따른 국내 소비심리 위축, 글로벌 공급망 균열과 주요국의 통화 긴축 움직임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KDI는 9일 발표한 ‘2022년 1월 경제동향’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KDI는 “지난해 11월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인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생산과 소비가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지난달 방역조치가 다시 강화되면서 내수 여건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작년 11월 107.6에서 12월 103.9로 3.7포인트 하락한 가운데 지난달 신용카드 매출도 2019년 동월 대비 0.5% 감소한 점에 KDI는 주목했다. 2019년 동월 대비 신용카드 매출은 지난해 10월 2.7%, 11월 5.4% 증가했지만 12월엔 감소 전환했다. KDI는 “2020년 소비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를 배제하기 위해 2019년 동월 대비로 비교했다”며 “소비 개선세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수와 함께 수출도 최근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8.3% 증가하며 작년 10월(24.1%)과 11월(32%)보다 낮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무역수지(-5.9억달러)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20개월 만에 적자 전환했다. KDI는 “세계 산업생산과 교역량이 정체되면서 수출 증가폭이 축소된 가운데 교역조건은 악화하고 있다”고 했다.

KDI는 또 “코로나19 재확산, 글로벌 공급망 균열,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 가속화 우려 등 대외적으로 다수 위험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중앙은행(Fed)이 자산 매입을 축소하거나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악화된 글로벌 공급망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KDI는 “공급 부족 우려가 지속되는 한편 경기 회복 기대도 유지되면서 국제 유가는 다시 상승 전환했다”며 “유가는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잠재적 강세 요인도 다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