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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굿] ②1만8천 신들의 이야기…굿에 특별함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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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기본 질서 이해하고 위로와 교훈 얻어
    "신화, 굿과 연결돼 주민의 종교적 삶 구성"

    최근 국가무형문화재로 승격된 제주큰굿에는 제주의 다양한 문화 요소가 오롯이 담겼다.

    [제주의 굿] ②1만8천 신들의 이야기…굿에 특별함을 더하다
    문화재청이 제주큰굿을 우리나라의 대표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높이 평가한 이유 중에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문화재청은 '(제주큰굿에서 전해오는) 서사무가인 열두본풀이가 한국의 살아있는 신화(神話)로 평가될 정도로 학술적 가치가 크다'면서 '제주도 사람들의 천지창조·죽음 등에 대한 관념들이 투영돼 지역민의 세계관을 온전히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역사성·학술성·예술성·기술성·대표성, 사회문화적 가치가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살아있는 신화로서 평가받는 본풀이와 굿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 세상을 이해하는 창 '본풀이'
    '태초에 천지는 혼돈 상태에 있었다.

    온 세상이 하나의 덩어리로 하늘과 땅이 구분 없이 맞붙어 깜깜한 어둠만이 출렁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하늘의 머리가 자방(子方)으로 열리고, 을축년 을축월 을축일 을축시에 땅의 머리가 축방(丑方)으로 열리면서 천지가 개벽했다….'
    제주큰굿을 할 때 심방('무당'을 뜻하는 제주어)은 '초감제'라는 의식을 시작하면서 천지개벽 신화인 '천지왕본풀이'를 읊는다.

    천지왕본풀이는 그리스로마 신화 못지않은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늘과 땅이 갈라져 형성된 세상에 옥황상제인 천지왕과 인간인 여성 사이에 태어난 두 아이가 신(神)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성장한 두 아이 '대별왕'과 '소별왕'이 천지왕인 아버지를 찾아가는 긴 여정이 펼쳐진다.

    [제주의 굿] ②1만8천 신들의 이야기…굿에 특별함을 더하다
    가까스로 아버지를 만난 대별왕과 소별왕은 천지왕의 시험에 통과하며 각각 인간 세상인 이승과 죽음 이후의 세상 저승을 맡게 됐지만, 문제가 발생한다.

    대별왕보다 능력이 모자란 동생 소별왕이 욕심을 부려 이승을 차지해 버린 것이다.

    이후 소별왕이 다스리는 인간 세상은 불평등과 질병, 범죄 등 각종 사회문제로 들끓고, 지금까지도 그 혼란이 이어지게 된다.

    소별왕이 자신의 능력을 탓하며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야기의 말미에 대별왕은 자신을 속이고 이승을 차지한 소별왕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인간 세상을 어떻게든 잘 다스려보아라. 나는 저승으로 가마. 저승법은 맑고 공정할 것이야."
    이승과는 달리 대별왕이 다스리는 저승은 맑고 공정한 저승법에 의해 어떤 혼란도 억울한 일도 없을 것이란 일종의 선언과도 같다.

    굿을 통해 심방의 입에서 풀어내는 천지왕본풀이는 사람들에게 지금 이승에서 겪는 고통 때문에 자신을 책망하지 않도록 토닥여준다.

    대신 저승에서는 공정하게 평가받으리라는 마음의 위안과 희망을 준다.

    제주큰굿에서는 천지왕본풀이뿐만 아니라 출산을 돕는 신 삼승할망과 관련한 '삼승할망본풀이', 제주 심방의 조상 격인 무조신 삼시왕에 대한 신화 '초공본풀이',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신비한 꽃이 있는 서천꽃밭 꽃감관 이공의 이야기 '이공본풀이', 농경신이 된 자청비의 이야기 '세경본풀이' 등 12개의 본풀이가 이어진다.

    이러한 본풀이를 통해 옛날 사람들은 하늘과 땅이 생겨난 자연현상과 이승과 저승의 세계, 인간의 삶, 새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 농경의 시작 등 세상의 기본 질서를 이해했다.

    [제주의 굿] ②1만8천 신들의 이야기…굿에 특별함을 더하다
    ◇ 본풀이는 신화…성스러운 이야기
    제주를 흔히 '신들의 나라', '신들의 고향'이라고 일컫는다.

    이유는 제주에 1만8천에 이르는 많은 신들이 있어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한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신들의 이야기가 바로 제주신화다.

    그리고 제주에서는 이를 '본풀이'라고 한다.

    신의 근본(本)을 풀어낸다는 의미다.

    제주신화는 상당수가 '제주큰굿'에서 구연이 된다.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에만 이러한 본풀이가 원형 그대로 굿 속에 남아 심방의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고 있다.

    왜 굿을 통해서일까.

    굿은 인간이 신과 만나기 위해 행하는 의례다.

    사람들은 굿에서 신들의 이야기인 본풀이를 읊어 신을 칭송하고 신을 기쁘게 함으로써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바를 신에게 기원하고 신들이 도와주길 바란다.

    굿에 제주신화가 담겨 구전되는 이유다.

    [제주의 굿] ②1만8천 신들의 이야기…굿에 특별함을 더하다
    열두 본풀이 외에도 제주 각 마을의 성소(聖所)라 할 수 있는 신당에 얽힌 다양한 당본풀이, 가정에 얽힌 조상본풀이 등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다.

    굿의 목적에 따라 필요한 본풀이가 있고 해당 본풀이를 중심으로 굿이 짜인다.

    아기의 잉태와 안전한 출산을 기원하는 불도맞이굿, 저승을 관장하는 시왕(十王)을 맞는 시왕맞이굿, 해녀들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잠수굿(해녀굿) 등 개별의례와 제주큰굿과 같은 종합의례 등 다양하다.

    TV도 없고 연극 무대도 없던 시절 제주 옛사람들은 심방이 굿을 통해 들려주는 신들의 이야기 속에서 재미와 교훈을 얻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다.

    해녀를 비롯해 제주 마을 공동체에서는 여전히 이를 성스러운 이야기라 받아들이고 신들의 존재에 의지한다.

    유요한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는 "제주에는 전통 종교의 신화를 '참'으로 믿고 이를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기반으로 받아들이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신화는 마을 공동체와 가정 단위의 의례, 특히 굿과 연결돼 많은 주민의 종교적 삶을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제주 신화는 신과 교류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신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신과 관계를 맺는 본보기를 보여준다"며 "굿을 비롯한 의례들은 사람들이 성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제공하고 이를 실제로 경험하게 한다.

    이런 점에서 제주 전통 종교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할 수 있으며 연구 대상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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