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해 “추가 보완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경영자의 안전조치 의무, 책임 소재 등이 여전히 모호하고 불분명해 산업현장의 공포가 극에 달하는데도 주무장관이 ‘더 이상 내놓을 게 없다’고 손사래 친 것이다. 오히려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단속만 강조했다. 시행령 보완과 같은 괜한 기대는 하지 말고, ‘시범 케이스’에나 걸리지 말라는 경고처럼 들린다.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기업들의 걱정이 얼마나 태산인지 안 장관이 모를 리 없다. 그가 참석한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도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중소기업을 힘들게 한 ‘제도 불합리’ 사례로 주 52시간제와 함께 중대재해법을 들었다. 중소기업의 53.7%는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을 정도다. 중소기업 오너가 CEO를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만약 형사처벌을 받으면 사실상 폐업 수순으로 내몰린다는 호소가 과장이 아니다. 작년 중대재해가 발생한 곳 중 ‘50인 이상’ 사업장만 모두 92곳에 이른다. 법 시행으로 중대재해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올해 형사처벌 대상이 될 경영자도 수십 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들이 안전보건의무를 다했는지, 구속 기소될지, 법원 판단은 어떨지 관심 쏟다보면 기업경영에 전념할 수 없을 것이다.

중대재해법이 강조한 안전보건체계를 완벽히 꾸리고,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한다고 해도 산업현장의 사고를 100% 막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더군다나 법률에는 경영자의 책임 범위와 관련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충실하게’ 등 모호한 표현이 한둘이 아니다. 억울한 경영자가 생기지 않도록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해주는 조항을 둬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판례가 쌓이면 시행령을 개정할 것”이란 안 장관의 언급은 무책임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기업 경영책임자에게 잔뜩 겁을 주는 식으로 중대재해를 줄이는 데엔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하청업체 근로자 감전 사고와 관련해 며칠 전 한국전력 사장에게 주의를 당부시켰다는 안 장관의 얘기도 자랑삼을 일이 아니다. 그의 말처럼 “사고 예방이 중대재해법의 주 목적”이라면 이제라도 기업들의 우려를 경청하고, 보완책 마련에 진력해야 한다. 현장의 아우성엔 태평할 정도로 귀 막고, 단죄 의지만 내보일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