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출발했습니다. 나스닥지수가 전날에 이어 약세를 보였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조기 긴축 공포가 여전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증시 개장 전 발표하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여전히 낮았습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12월 26일∼1월 1일)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0만7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시장 예상치(19만5000건)를 상회했으나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코로나19 변이가 계속 확산하고 있지만 미 고용 시장은 견고하다는 걸 방증한다는 분석입니다. Fed로선 물가를 잡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조기 긴축 우려를 키우는 데 일조했습니다.

아래는 한국경제TV ‘한경 글로벌마켓’과의 생방송 인터뷰 내용입니다.

▶오늘 월가 동향 및 분석을 들어보는 시간입니다. 어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나스닥지수가 3% 넘게 빠졌는데요, 조기 긴축 움직임에 대해 월가에선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FOMC에서 위원들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더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당장 3월 금리인상설이 부각됐습니다.

증시를 더 끌어내린 건 양적긴축 발언이었습니다. 첫 금리 인상 후 대차대조표를 빨리 축소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 건데요, 유동성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정도(테이퍼링)가 아니라 아예 유동성을 되감는, 흡수하는 조치를 강력 시사한 것이어서 충격이 컸습니다. 그만큼 물가 급등세에 대한 중앙은행(Fed) 내부의 우려가 팽배해 있다는 방증입니다.

투자리서치 회사인 르네상스 매크로의 나일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3월 금리 인상에 훨씬 가까워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인사이트LLC의 오메어 샤리프 대표는 “FOMC에서 대차대조표 축소의 타이밍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는 데 상당수 투자자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당초 예상보다 너무 빠른 수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CIO(최고투자책임자)는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라는 두 가지 걱정거리가 상존하기 때문에 Fed가 테이퍼링 종료를 서둘렀던 것”이라며 “Fed는 금리 인상 타이밍을 선택지로 남겨놓고 싶어한다”고 했습니다.

자카렐리 CIO는 “증시가 단기간에 15%나 20% 급락하더라도 Fed는 그냥 지켜볼 것”이라며 “그동안 유동성을 집중 투입해 지수를 끌어올렸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증시가 20% 넘게 떨어지면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FOMC 의사록에 대한 시장 반응이 과도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언 셰퍼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가 대차대조표 축소를 그렇게 간절히 바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물가 상승세가 올 봄에 완화되기 시작할텐데 그럼 금리 인상만으로도 시장엔 충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대차대조표 축소를 서둘러 또 다른 위험을 굳이 키울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작년 미국과 유럽 증시는 두자릿수 상승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반면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증시는 정체하거나 소폭 오르는 데 그쳤는데요, 이에 대해 월가에선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모건스탠리의 조나단 가너 아시아·신흥국 수석투자전략가가 아시아 시장 전망에 대한 의견을 내놨는데요, 올해는 미국과 유럽 증시보다 좋을 것이란 게 골자입니다.

다만 가너 전략가는 “중국 정부가 활용하고 있는 완전 봉쇄 정책, 즉 제로 코로나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맞물려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는 치명률이 낮지만 전염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입니다.

중국 기업들의 수익 추정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장기 평균에서 이탈하는 건 아니며, 중국 증시는 재투자를 결정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란 게 가너 전략가의 얘기입니다.

일본과 인도, 아세안도 전체 신흥시장 평균보다 낫다고 봤습니다.

아시아 개별 주식 중에서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가장 많이 매수 의견을 낸 종목은 중국 빅테크였습니다. 금융정보 회사인 리피니티브가 월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아시아 추천 종목을 취합했더니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가장 많은 투자의견을 받았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 정부의 규제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즉 CES 2022가 열리고 있습니다. 향후 미래의 기술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요즘 국채 금리 상승과 맞물려 기술주 흐름이 좋지는 못한데,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디지털 기술 전환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면서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줄리 해리스 디지털전략담당 책임자가 가까운 미래,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변화와 대응 전략을 공개했는데요,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미래엔 컴퓨터 클라우딩 서비스의 활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봤습니다. 2029년까지 150억 개의 전자기기가 기업 인프라에 연결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가 기업들의 디지털 대응 유연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춰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디지털 마케팅 방식도 확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포인트 적립 등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한 ‘고객 붙잡아두기’ 마케팅 비용은 작년에 약 30%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로열티 프로그램 역시 진화할 것이란 게 해리스 책임자의 설명입니다. 소비자가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들고, 이를 통해 기업들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2024년까지 전체 상품 및 서비스 주문의 80%는 비접촉 방식이 될 것이란 예상입니다. 따라서 고객 입장에서 가장 손쉬운 지불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이 됐습니다. 고객의 과거 구입 기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 중요합니다.

재택근무 비중은 팬데믹 이전과 비교할 때 4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상시적으로 이렇게 바뀔 거란 얘기입니다. 따라서 재택근무 때의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을 많이 활용해야 합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관련 산업도 커질 것으로 봤습니다.

딜로이트가 여러 산업군에서 일하는 441명의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73%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최소 한 분야 이상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해리스 전략가는 “AI와 머신러닝 기술은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해법”이라며 “두 기술이 완전히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시장 규모는 2024년까지 125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적은 예산으로 AR과 VR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게 해리스 전략가의 설명입니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큰 틀에서 기술주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투자의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