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득세한 성장주의 시간이 가고 가치주가 돌아올 여건이 됐습니다.”

국내 가치투자 대가로 꼽히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사진)은 6일 새해 증시 전망에 대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이 맞물린 상황에서 시장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장은 “동학개미운동이 시작된 2020년은 대형 성장주가 압승을 거둔 해였다면 지난해는 경기민감가치주가 성장주와의 갭을 메운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안정될 만하니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증시를 덮쳐 장을 부진하게 했지만 그 사이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테마주가 활약하며 뚜렷한 색깔이 없는 장세가 이어졌다”고 했다.

올해는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흐름이 변화하는 뚜렷한 색깔을 띨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부분 정책이 보조금을 확대하는 방식이었다면 올해 방향은 인프라를 투자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민감업종이 유리한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전통산업은 수년간 신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프라 투자 확대로 수요가 급증하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포스코를 비롯해 소재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은 국내 소재기업을 비롯해 금리 인상 수혜를 볼 금융주를 추천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악재가 도사리고 있지만 주식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피해갈 순 없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역시 연 2%대 초반에 안착하면 나쁠 것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연 2% 수준의 금리 상황에서 여전히 다른 자산에 비해 주식이 매력적이라고 보고 전체 자산의 40% 정도는 주식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꾸준히 상승한 미국 증시보다 국내가 유망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미국 증시는 너무 올랐다는 점이 부담스럽다”며 “미국 증시가 조정받더라도 이미 박스권에 있는 국내 증시는 타격이 덜 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 투자처로는 저평가돼 있는 지주사를 꼽았다. 물적분할 이슈 등으로 발목이 잡혀 있지만 지주사가 재평가받는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란 주장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