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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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은행들이 대출을 재개한 가운데 신용대출 금리가 6%대를 돌파하면서 차주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차주들의 대출 금리는 올라가는 가운데, 신용대출 한도는 여전히 연봉 수준에서만 가능하면서 새로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공시 기준(11월 취급 대출) 국내 시중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최고 연 6.0%를 기록했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3.89~6%로 분포돼 있다. 하나은행의 대출금리는 연 6.0% 나타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4.61%, 4.45%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이들 은행의 금리 수준이 2~3%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이처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일제히 오르고 있는 이유는 올해 한국은행이 2차례 이상 금리인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물가 오름세를 지켜보며 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하겠다"며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현재 1.00%인 기준금리를 추가로 최소 0.25%포인트에서 최고 0.75%포인트까지 올릴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전망될 경우 대출금리 산정시 참고하는 코픽스와 은행채 등 지표금리는 미리 상승한다.

올해부터 은행권들이 우대금리를 복원하고 대출 문을 다시 열었지만, 여전히 차주들이 체감하는 대출 환경은 녹록지 않다. 앞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등 일부 상품에 대한 우대금리를 다시 적용했다. 농협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2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마이너스 통장 한도는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다시 확대했다. 전날 케이뱅크도 신용대출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용대출 한도는 높아졌지만,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모든 은행권은 연봉 수준의 신용대출만 내어줄 수 있다.

항공업계에 종사하는 김 모씨는 "5000만원이 필요해 신용대출을 받으려고 알아보고 있는데,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급여 소득은 3000만원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며 "회사 주거래 은행도 급여소득 만큼만 대출이 된다고 해서, 2금융권까지 알아봐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기존에 사용중인 마이너스통장을 연장하는 경우에도 대출금리가 재산정된 후 대폭 높아진 사례도 있다. 지난해 3.6%로 케이뱅크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한 직장인 조 씨는 "다음달 마이너스통장이 만기가 돼 재산정해보니 무려 금리가 5%대로 뛰었다"며 "우대금리가 없어져서 높아졌다는 생각에 유선상담을 해봤지만, 이미 우대금리가 적용됐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너무 높아진 금리에 다른 곳으로 갈아타기를 해야하나 싶지만, 다른 곳도 만만치 않게 금리가 오른 것 같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을 4~5% 증가로, 지난해(5~6%)보다 엄격한 만큼 당분간 대출금리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공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 규모는 31조5000억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올해 가계대출 공급 예상치인 42조원과 비교하면 25%나 줄어든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가 추가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가 한층 강화된 만큼 당분간 대출금리는 점차 오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