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지난 1일 탈북민 김모씨(30)의 월북을 폐쇄회로TV(CCTV)로 다섯 차례나 포착하고도 이를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월책 이후 3시간이 지나서야 시작된 작전은 월북이 아니라 ‘귀순’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 군이 작전 실패의 이유로 CCTV의 시간 설정이 잘못됐다는 황당한 이유까지 들고나오면서 군의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서울 용산동 국방부 청사에서 김씨 월북에 대한 전비태세검열실의 검열 결과를 발표했다. 합참에 따르면 김씨가 지난 1일 오후 6시36분께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 남측 철책을 넘는 장면은 CCTV 3대에 모두 다섯 차례 포착됐지만 GOP 감시병은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면서도 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김씨가 GOP 철책을 넘는 과정에서 광망(철조망 감시센서)이 작동해 경고음이 울리자 소대장을 포함해 병력 6명이 출동했음에도 이들은 현장에서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군은 해당 부대가 차후에 CCTV를 돌려보는 과정에서도 김씨의 월책 장면을 포착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실제 시간과 서버에 저장된 시간이 4분가량 차이가 있어서”라고 밝혔다. 김씨의 월책 시간은 오후 6시36분이었지만 제때 동기화를 하지 않은 탓에 해당 CCTV 영상은 6시40분으로 기록돼 있었고, 그 이전 영상만 확인해 놓쳤다는 설명이다. 해당 대대 지휘통제실장은 광망이 울릴 경우 반드시 상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어기고 자체적으로 상황을 종료했다.

군은 김씨가 철책을 넘은 지 3시간 뒤인 오후 9시17분에야 작전에 나서고도 김씨를 월북자가 아니라 귀순자라고 판단했다. 전동진 합참 작전본부장은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계 작전 실패는 있어서는 안 될 중대한 문제로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특별히 경각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