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운데)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신약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CJ제일제당 제공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운데)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신약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CJ제일제당 제공
“2025년까지 10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구축하고, 이 중 2개를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수출하겠다.”

CJ그룹의 신약 개발 계열사인 CJ바이오사이언스가 중장기 비전을 공개했다. 지난 4일 공식 출범한 CJ바이오사이언스는 작년 10월 CJ제일제당이 인수한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업체 천랩이 모태다. 여기에 CJ그룹이 지난 3~4년간 갈고 닦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연구개발(R&D) 역량이 더해졌다. CJ그룹은 4대 성장 엔진 가운데 웰니스 분야를 강화할 핵심 계열사로 CJ바이오사이언스를 키울 계획이다.

2023년 1100억弗 시장에 도전장

CJ바이오사이언스가 도전장을 던진 신약 개발 분야는 면역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였던 천종식 대표가 창업한 천랩 시절부터 연구해온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통해서다. 개발 난도가 높지만, 한 번 개발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시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개발이 완료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아직 없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 몸속에 존재하는 100조 개가 넘는 미생물을 의미한다. 몸속 미생물이 각종 질환과 연관돼 있다고 보고, 이를 치료제로 활용하겠다는 시도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이다. 빌 게이츠가 면역항암제, 치매 치료제와 함께 세상을 바꿀 세 가지 기술로 꼽기도 했다. 시장 규모는 2019년 800억달러에서 2023년 110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3년 내 美서 임상 1상 진입

CJ바이오사이언스는 면역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3년 내 미국에서 임상 1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면역항암제는 CJ가 자체 발굴한 후보물질을 활용해 다양한 암종을 타깃으로 할 계획이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천랩의 대표 파이프라인이던 염증성 장질환(IBD) 치료제 개발을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는 임상 1상 전 단계인 전임상까지 마쳤다. 천 대표는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 연구를 통해 기술 수출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파이프라인은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치매 치료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제 등으로 다양화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장내 미생물은 항염증 작용, 면역세포 조절 등을 통해 다양한 질병에 공통적인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치료 대상 질환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플랫폼 기반의 후보물질 발굴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천랩이 보유하고 있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발굴 역량에 CJ제일제당의 미생물 및 균주 관련 기술과 발효 능력을 결합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천 대표는 “두 회사 역량이 융합되면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CDMO 계열사와도 시너지 기대

CJ바이오사이언스는 CJ제일제당이 작년 전격 인수한 네덜란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바티비아와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바티비아는 CJ제일제당이 지난해 2630억원에 인수한 CDMO 업체다. 삼성과 SK가 신약 및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과 생산 능력을 서로 다른 계열사를 통해 확보하고 있듯이 CJ도 CJ바이오사이언스(개발)와 바티비아(생산) 투트랙 체제를 이른 시일 내에 정착시킬 계획이다.

CJ 관계자는 “CJ바이오사이언스는 신약 개발과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바타비아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