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우 기자
사진=김영우 기자
펄어비스는 세계 게임업계에서도 성장세가 가파른 업체로 꼽힌다. 첫 게임인 ‘검은사막’은 PC, 콘솔, 모바일 모든 게임 플랫폼에서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몇 안 되는 게임 지식재산권(IP)이다.

지난해에는 펄어비스가 개발하고 있는 신작 게임인 ‘붉은사막’과 ‘도깨비’가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개발 중인 게임의 일부 콘텐츠 공개만으로 세계 게임 애호가들의 관심을 끄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신작에 대한 기대로 주가도 급등해 시가총액 기준으로 코스닥시장 3위까지 올라갔다. 코스닥 상장 게임기업 가운데서는 첫 번째다.

펄어비스는 2010년 창립 때부터 펄어비스만의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해왔다. 국내 게임사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개발 엔진과 신작 게임을 동시에 만들었다. 게임 개발 엔진은 게임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소프트웨어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을 출시할 당시 모바일 게임 중심인 국내 게임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PC는 물론 콘솔 플랫폼까지 노렸다.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이 전략은 통했다. 자체 엔진을 활용해 개발한 검은사막은 재미는 물론 최고 수준의 그래픽으로 글로벌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곧바로 세계적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반열에 올랐다.

세계 최고 기술 향한 남다른 행보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개발에 이용한 게임 엔진 ‘블랙데저트 엔진’을 비롯해 신작 게임 ‘붉은사막’ ‘도깨비’ ‘플랜 8’에 사용하는 차세대 게임 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까지 보유하고 있다. ‘블랙스페이스 엔진’은 신작 게임을 개발하면서 필요한 기능도 추가하며 고도화하고 있다.

차세대 게임 엔진은 최고 수준의 그래픽과 멀티플랫폼 지원 등 게임 관련 최첨단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사실적인 질감 표현과 광원 효과 등에서 글로벌급 그래픽을 구현했다.

펄어비스는 많은 게임을 시장에 내놓는 물량 전략으로 성장하는 게임사가 아니다. 다작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통할 대형 게임을 개발해 많은 이용자에게 오래 사랑받는 게임을 내놓는 것이 목표다. 펄어비스의 게임 개발 역량은 창업자인 김대일 의장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김 의장은 자체 개발 역량과 글로벌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해 창업 초기부터 자체 게임 엔진을 고집했다.

김 의장은 펄어비스 창업 전부터 이름을 날리던 스타 개발자다. 대학 재학시절 게임 ‘릴 온라인’을 성공시키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NHN에서 게임 프로듀서로 일하며 개발한 ‘R2’와 ‘C9’이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2009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올해의 개발자’로 선정되는 등 많은 게임 관련 상을 받았다.

김 의장은 2010년 자신과 게임을 개발해온 직원 7명과 “유행을 따르기보다 내가 내놓고 싶은 게임을 개발하겠다”며 펄어비스를 설립했다. 회사 창립 후 4년여 동안 개발에 몰두해 2014년 ‘검은사막’을 시장에 선보였다. 세계 시장에서 성공한 국내 몇 안 되는 게임 IP가 됐다. 세계 150여 개국에서 4000만 명 이상이 즐긴 펄어비스의 대표 게임이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 검은사막 IP 누적 매출은 2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콘솔과 PC 플랫폼에 회사 역량 집중

펄어비스가 개발 중인 신작 게임 3개 모두 콘솔과 PC 플랫폼으로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김 의장은 ‘붉은사막’을 비롯한 모든 신작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게임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검은사막의 뒤를 이을 신작의 성공을 위해 노력 중이다.

신작 게임 중 ‘붉은사막’과 ‘도깨비’는 그동안 두 차례 게임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모두 실제 게임 이용 영상을 담았다. 높은 게임 그래픽 수준과 게임 재미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붉은사막’은 글로벌 게임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더게임어워즈(TGA)에서 2020년에 신규 영상을 공개했다. 강렬하고 속도감 있는 게임 장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스타일의 캐릭터 액션 장면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도깨비’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보기 힘든 독특한 게임 콘텐츠 덕이다. 지난해 세계적인 게임전시회인 ‘게임스컴 2021’에서 공개한 ‘도깨비’ 영상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글로벌 K콘텐츠 열풍 이어간다

펄어비스는 게임 개발 방향에 맞춰 다양한 곳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북미 지역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기업 하이퍼리얼에 투자했다. 펄어비스의 벤처캐피털(VC)인 펄어비스캐피탈과 다양한 곳에 전략적 투자도 하고 있다. 하이퍼리얼은 유명인을 기반으로 디지털 아바타 하이퍼모델을 제작하는 회사다.

펄어비스는 국내 개발사 팩토리얼게임즈와 빅게임스튜디오에도 투자했다. 팩토리얼게임즈는 웹툰 IP 슈퍼스트링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국내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빅게임스튜디오는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블랙 클로버’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에는 BTS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K콘텐츠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올해는 K게임의 활약이 기대된다. 출시 전부터 주목받고 있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과 ‘도깨비’가 K콘텐츠의 다음 주자로 꼽힌다.

펄어비스는 ‘남과 다른 도전’을 지속할 계획이다. 올해는 이런 도전이 결실을 볼 전망이다. ‘붉은사막’ 등 신작 개발 및 출시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펄어비스가 올해 글로벌 게임 시장의 판도를 흔들지 주목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