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별찌에게'·김훈 소설집…신경림도 신작
작년 노벨문학상 작가 구르나 대표작 4권도 국내 첫 출간
거장부터 젊은 스타 작가까지…문학계 신작 리스트 화려하네
임인년 문학계 라인업은 어느 해보다 풍성하다.

지난해 팬데믹 장기화 속에서도 한국 소설 판매량이 전년보다 40.5% 성장한 가운데, 올해도 팍팍한 현실에 단비가 되어줄 작품들이 독자들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출판사들 신작 리스트엔 황석영과 김훈을 비롯해 은희경, 김애란, 최은미, 조남주 등 거장부터 젊은 스타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이 포진했다.

압둘라자크 구르나, 오르한 파묵, 올가 토카르추크 등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대표작과 신작도 만날 수 있다.

거장부터 젊은 스타 작가까지…문학계 신작 리스트 화려하네
◇ 은희경·김언수·김애란·조남주 등 신작
올해 등단 60주년을 맞은 황석영 작가는 상반기 우화 소설 '별찌에게'(가제·창비)를 펴낸다.

창비 플랫폼에 연재한 '별찌에게'는 어느 날 외진 숲속에 떨어진 꼬마 별똥 별찌가 식물, 동물, 무생물 등 숲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우정을 나누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철학 동화다.

별찌는 유성의 순우리말이다.

장편 '칼의 노래'로 유명한 김훈 작가도 상반기 '강산무진' 이후 16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문학동네)을 선보인다.

2013년부터 9년간 써온 단편들을 엮는다.

비정한 세계에 던져진 인물들의 누추하고 덧없는 생멸을 작가 특유의 필치로 만날 수 있다.

중견 작가들의 신작도 반갑다.

은희경 작가는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한 연작 소설집 '장미의 이름은 장미'(문학동네)를 이달 출간한다.

제29회 오영수문학상 수상작 '장미의 이름은 장미'를 포함해 네 편의 중단편을 수록한다.

자신을 잊기 위해 떠나온 곳에서 오히려 자신을 생생하게 마주하는 여정을 그린다.

올해 등단 27주년인 전경린 작가도 여름에 낼 다섯 번째 소설집(문학동네)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마음의 부력'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이승우 작가는 지방선거 불법 개입으로 떠날 수밖에 없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인 장편 '이국에서'(가제·은행나무)를 상반기 출간한다.

범죄스릴러 '설계자들'로 북미와 유럽에서 호평받은 김언수 작가는 여름께 장편 '빅아이'(문학동네)로 독자들과 만난다.

원양어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과 그에 얽힌 개인과 조직의 이합집산을 그린 소설로, 작가는 집필을 위해 6개월간 원양어선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독창적 소설 세계와 방송 출연으로 잘 알려진 김중혁 작가가 4월 소설집(문학과지성사)을, 지난해 장편 '캐럴'을 펴낸 이장욱 작가가 상반기 소설집(창비)을 준비 중이다.

젊은 작가군도 새로운 작품으로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82년생 김지영'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조남주는 '서영동 이야기'(한겨레출판)를 이달 내놓는다.

아파트를 둘러싼 서영동 사람들의 욕망과 이기심, 그럼에도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다룬 연작이다.

정여울 작가는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구원해줄 다정하고 친밀한 문학 이야기를 담은 '문학이 필요한 시간'을, 과학소설(SF) 흐름을 이끄는 천선란 작가는 신작 소설집을 각각 6월 한겨레출판에서 선보인다.

역시 SF 분야에서 주목받는 황모과 작가가 여아 낙태 사건을 기반으로 창작한 SF 장편 '우리가 만날 시간'을, 한정현 작가가 역사적 폭력의 피해자와 소수자 삶을 함께 묶어낸 장편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를 이달 중 문학과지성사에서 잇달아 출간한다.

박연준 시인도 아름다운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펼친 첫 장편소설 '여름과 루비'(가제·은행나무)를 상반기 선보인다.

하반기에도 문학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작가들이 즐비하다.

'비행운' 등으로 유명한 김애란 작가는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11년 만에 두 번째 장편을, 백수린 작가는 한 소녀가 독일로 이주해 파독 간호사들과 교류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첫 장편 '이토록 아름다운'(가제)을 문학동네에서 선보인다.

중견 이기호 작가를 비롯해 정이현, 최은미, 김유담 작가도 각각 장편 소설을 창비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백가흠 작가는 장기미제 수사팀을 상대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장편 '아콰마린'(가제)을, 강화길 작가는 진짜와 가짜가 바뀌는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인 장편 '치유의 빛'(가제)을 은행나무에서 펴낸다.

시 분야에서도 걸출한 작가들이 준비 중이다.

원로 시인 신경림과 중견 시인 문태준이 신작 시집을 상반기 창비에서 낸다.

문학과지성사는 이수명 시인의 시집 '도시가스'를 2월 말 선보이고, 지난해 스웨덴 문학상 시카다상을 받은 김혜순 시인의 신작 시집을 3~4월께, 진은영 시인의 10년 만의 신작 시집을 7월 출간할 예정이다.

거장부터 젊은 스타 작가까지…문학계 신작 리스트 화려하네
◇ 노벨문학상 작가부터 세계문학 거장까지
해외 작가 중엔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탄자니아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장편 네 편이 국내 독자들을 처음 만난다.

탄자니아 가상 마을을 배경으로 한 12세 소년의 성장기이자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인 '낙원', 2001년 부커상 후보에 오른 '바닷가에서', 점령군에 납치되고 팔려 갔다가 고향에 돌아온 두 젊은이의 삶을 다룬 최신작 '그후의 삶'(가제)이 모두 상반기 문학동네에서 소개된다.

9월에도 2005년 발표한 일곱 번째 장편 '야반도주'(가제)가 나올 예정이다.

앞서 이달 말에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의 역사 소설 '페스트의 밤'(민음사)이 출간된다.

19세기 말 그리스와 터키 사이 가상의 섬에 페스트가 퍼지면서 일어나는 정치, 사회적 혼돈 상황을 그려 팬데믹에 직면한 지금의 세계 변화를 고찰한 작품이다.

같은 달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레이먼드 카버(1938~1988)의 시집 '우리 모두'(문학동네)도 만날 수 있다.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로 불린 카버는 소설집 '대성당'의 성공 이후 사망할 때까지 시에 매진했는데, '우리 모두'는 이 시기에 쓴 다섯 권의 시집을 묶었다.

하반기엔 카버의 국내 미발표 단편 11편을 한 권에 엮은 단편집(문학동네)도 출간될 예정이다.

명성만으로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은 더 있다.

2020년 공쿠르 수상작 중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에르베 르텔리에의 '비상착륙'(민음사)이 3월,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올가 토카르추크의 에세이 '다정한 서술자'(민음사)가 9월, '밀크맨'으로 2018년 맨부커상을 받은 북아일랜드 작가 애나 번스의 장편 '노 본스'(가제·창비)가 상반기에 나온다.

이 밖에도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며 지난 몇 년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된 여성작가 찬쉐의 장편 '오향거리'와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의 2020년 신간 '카사노바 호텔'(이상 문학동네)도 상반기에 나온다.

20세기 세계 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거장들의 명작도 만날 수 있다.

모더니즘 대표 작가인 프랑스 출신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 사망 100주기를 맞아 민음사는 10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전 13권)를 완간한다.

문학동네도 11월 프루스트가 20~25세에 쓴 미발표 원고를 묶은 소설집 '미지의 교신상대 외'(가제)를 100주기에 맞춰 선보인다.

또한 올해는 프루스트와 모더니즘 문학을 견인한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1882~1941)가 '율리시스'(1922)를 출간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 '율리시스'는 1904년 더블린의 평범한 광고업자 블룸이 하루 동안 겪는 사건과 그에 반응한 생각의 흐름을 그린 실험소설로 문학동네가 11월 출간한다.

문학동네는 또 2020년 독일 대표 시인 파울 첼란(1920~1970) 탄생 100주년을 맞아 '파울 첼란 전집' 1·2권을 고(故) 허수경 시인의 번역으로 선보인 데 이어 올봄엔 초기 시와 유고시, 산문과 연설문까지 아울러 3·4·5권을 완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