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 달 전만 해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망은 암울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8월 ‘반도체의 겨울이 온다’, 10월 ‘반도체의 겨울이 왔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메모리 시장이 ‘피크 아웃’(고점 돌파 후 하향 반전)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게 골자였다.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재고가 쌓이고 있는 만큼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게 모건스탠리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국내 증권사와 반도체업계를 중심으로 친환경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탄탄하다는 반론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1732억달러로 예측했다. 데이터센터 운영 업체들의 고성능·친환경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1603억달러)보다 시장이 8%가량 성장한다는 관측이다. 삼성증권 역시 반도체 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올해 하반기부터 뚜렷한 상승세로 반전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실제 반도체 가격 흐름도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3.71달러로 전달인 11월과 동일했다. 낸드플래시(MLC 128Gb) 고정거래가격 역시 전달과 같은 4.81달러를 유지했다. 현물 가격은 오히려 오름세다. 10월 초 3달러였던 D램 현물 가격은 12월 30일 기준으로 3달러60센트까지 올랐다. 낸드플래시 현물 가격 역시 같은 기간 7달러2센트에서 7달러40센트로 상향 조정됐다.

최근 중국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안을 봉쇄한 것도 반도체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안엔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공장과 마이크론 D램 모듈 공장 등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두 회사는 봉쇄 조치의 여파로 생산량을 조절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