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노조, 정부, 정치 모두 지혜를 모아야
-10년 전 대비 115만대 줄어

21년 전인 2001년 국내 자동차 생산은 294만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며 국내 완성차 생산은 2009년 350만대를 돌파했고 2010년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400만대 장벽을 넘어선 427만대를 달성했다(한국자동차산업협회 2020 통계). 그리고 2011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465만대에 도달해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생산은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2019년 이미 400만대 아래로 떨어진 390만대에 머물렀으며 2020년은 정확히 11년 전 수준인 350만대로 되돌아갔다. 정점이었던 465만대와 비교하면 약 115만대의 생산이 사라진 셈이다.
[하이빔]추락하는 완성차 생산, 묘수는 없나

115만대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공장별로 차이는 있지만 완성차 공장 한 곳의 연간 생산이 30만대라고 할 때 공장 3~4곳이 문을 닫았다는 뜻이고, 30만대를 생산하기 위해 6,000명이 근무를 하면 1만8,000~2만명 가량의 일자리가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뒤 이어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 또한 115만대의 납품 물량이 사라져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와도 같다.

이처럼 부진한 생산의 이유로 일부에선 코로나와 반도체 등을 언급하지만 하락 자체가 2012년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떨어진다. 게다가 반도체 등은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모든 자동차 생산 국가에서 동시에 벌어진 이슈여서 원인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좁히면 해외 생산 증가와 내수 시장의 한계 탓이다. 먼저 해외 생산이 늘어나는 데는 무엇보다 현지의 시장 규모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때는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전략 차종이 필요하고 특정 지역에 맞는 차종은 현지 생산 및 공급으로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물론 생산인 만큼 당연히 1대당 생산 비용까지 감안해 판단하는데 그 속에는 정치적인 목적도 포함돼 있다. 제품이 수출되는 현지 국가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정치 지도자에겐 국민들의 일자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현지 생산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다시 말해 한국 내 생산 비용 상승과 국가 간 일자리 싸움에서 시장이 큰 나라일수록 기업에 미치는 입김이 컸다는 뜻이다.

-친환경차 현지 생산 요구 점차 거세져

이 과정에서 그나마 기댄 곳이 국내 시장이다. 하지만 내수는 이미 포화 상태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년 9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는 모두 2,478만대이고 전체 인구 5,183만명(통계청 2020년 기준) 중에서 2종 보통 이상 운전면허 소유자는 3,042만명이다(경찰청 2020년 운전면허 통계). 얼핏 보면 아직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및 세대현황에 따르면 국내 전체 세대수는 2,344만 가구다(2021년 11월 기준). 따라서 세대별로 이미 자동차는 모두 보유했고 이제는 1가구 2차가 일반화되는 중이다. 따라서 내수 판매가 지금보다 늘어나려면 1가구 2차, 나아가 1가구 3차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미래 구매자인 젊은 인구 감소가 1가구 2차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시장은 신차 구매가 성장하는 곳이 아니라 소득 상승에 따른 차종 고급화가 진행되는 대차 시장이고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의 협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가격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는 고급차 판매 확대로 세수를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고 기업 또한 대당 이익을 높일 수 있어서다. 올해 개별소비세 인하를 연장한 것도 결국 동일한 맥락에서 선택된 정책인 셈이다.
[하이빔]추락하는 완성차 생산, 묘수는 없나

이런 상황에서 임인년 새해를 맞았다. 현지 생산 확대와 내수 시장의 한계로 국내 생산이 줄어드는 구조에서 자동차 생산의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문제는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에선 전기차 등의 생산 확대 등을 언급하지만 기본적으로 친환경차는 각 나라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제품이어서 현지 생산이 강력히 요구되는 품목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이 'Made in USA 배터리와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겠다는 것도 결국 자동차 산업 전환 시기에 미국 내 친환경차 일자리를 결코 해외에 내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였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또한 가격이 저렴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방식을 사용하고 중국은 배터리별로 보조금을 차등화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결국 해당 지역에서 살아남으려면 친환경차일수록 현지 생산이 이뤄지도록 비관세 정책을 동원하는 셈이다.

그러자 한국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형평성의 원칙을 고려하면 국내 생산 차종에만 보조금을 주는 게 맞다. 하지만 내수 시장이 국내 친환경차 생산 물량을 모두 소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대책은 일자리 전환의 가속화와 생산 비용의 감소가 제시되지만 둘 모두 하루 아침에 이뤄낼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임인년 새해는 기업, 노조, 정부, 정치권 등이 모두 지혜를 모아 자동차 산업 전환에 따른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간 내연기관 시대의 갈등이 이해 집단 간 이익을 위한 행위였다면 앞으로 벌어질 친환경차 시대는 국가 간 탄소 전쟁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어서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