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설에 떡국떡, 추석엔 햅쌀 불우이웃 수백명에게 기부
"봉사·기부하는 삶이 최고 행복…마지막 순간까지 도우며 살 것"
[#나눔동행] 40여년간 떡국떡 나눔 이웃사랑 실천 김은기씨
"기부하고 봉사하는 삶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 마지막 순간까지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아갈 작정입니다.

"
매년 설을 앞두고 주위의 어려운 이웃에게 떡국떡을 만들어 나눠줘 지역사회에서 '떡국떡 천사'로 불리는 김은기(76) 농업법인 매바위 대표는 "봉사하는 삶을 살면서 가슴 벅찬 행복을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다.

세종시 연동면 주민자치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인 김 대표는 40여년 전부터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30대 초반이던 1970년대 중반부터 설에는 직접 수확한 쌀로 만든 떡국떡 3kg을, 추석에는 직접 재배한 햅쌀 3kg을 연동면 일대 불우이웃 수백명에게 나눠주고 있다.

기부한 떡국떡과 햅쌀 양이 매년 조금씩 다르기는 했지만 '매년 설·추석 기부' 원칙을 거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가 지금까지 주변 이웃에게 나눠 준 떡국떡과 햅쌀은 수십t에 이른다.

김 대표는 1개월 앞으로 다가온 올해 설에도 어김없이 800여명의 불우이웃과 지인에게 떡국떡을 선물할 계획이다.

[#나눔동행] 40여년간 떡국떡 나눔 이웃사랑 실천 김은기씨
그가 떡국떡과 햅쌀 기부를 시작한 것은 사람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부친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집안 재산이 다 날아갔고, 이때 진 빚을 갚기 위해 20대 후반에 머슴살이를 시작했다.

그는 "막다른 길에 몰리니 머슴살이에 대한 부담은 물론 세상에 대한 겁도 사라지더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김 대표는 2년간 머슴살이 후 정미소 일꾼으로 일하다 31세에 빚을 얻어 고향의 정미소를 인수, 운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모질게 굴었던 빚쟁이들이 정미소 인수 사실을 전해 듣고 태도를 바꿔 보증을 서주고 후원해준 덕분에 정미소를 잘 운영해 5년 만에 빚을 다 갚았다.

그는 당시 원수처럼 보였던 사람이 은인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인연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고, 나만이 아닌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 대표는 "채권자들이 믿고 기다려준 덕분에 돈을 벌어 빚을 다 갚을 수 있었다"며 "인간은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란 사실을 새삼 깨닫고 나눔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떡국떡 나누기를 실천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최고의 명절인 설에 쌀이 없어 떡국떡을 만들어 먹지 못하는 이웃이 많아 너무 안타까웠다"며 "떡국떡을 끓여 먹으며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가족 간 정을 나눌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나눔동행] 40여년간 떡국떡 나눔 이웃사랑 실천 김은기씨
그는 지역에서 '만석꾼'으로 통한다.

머슴살이와 소작농을 거쳐 정미소를 운영하면서 번 돈으로 많은 농지를 사들여 벼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농민소득 증대에 헌신한 공로로 1993년 충남도로부터 '자랑스러운 신한국인상'을 받았다.

2019년 12월에는 세종시 농업인 최초로 1억원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기도 했다.

평소 양로원 등 복지시설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등에 연간 수천만원 어치의 쌀을 기부했지만, 자신의 나눔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 농업인으로는 쉽지 않은 거금을 기부한 것이다.

그는 명절 떡국떡·햅쌀 나눔은 물론 새해 가훈 무료 써주기와 1인 1명 후원사업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김 대표 사무실에는 '적덕가필유여경 근검자능성대공'(積德家必有餘慶 勤儉者能成大功)이란 서예 한 점이 걸려 있다.

덕을 쌓은 집안엔 반드시 경사가 있고, 근면하고 검소한 사람은 능히 큰 공을 이룬다는 뜻이다.

[#나눔동행] 40여년간 떡국떡 나눔 이웃사랑 실천 김은기씨
그는 이 글귀를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간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웃을 도우며 살아갈 작정이다.

김 대표는 "저의 나눔 활동이 세상에 알려지는 게 부끄럽고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세상은 혼자만 사는 게 아니라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슴 깊이 간직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