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법, 징역형 집유 선고…"독 될지, 약 될지 피고인에 달려"
"내 노력에 비해 많은 돈을 주는 일은 없습니다.

채권추심은 현금 수거는 전혀 하지 않아요.

다 보이스피싱 범죄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로 법원의 문을 밟지 않길 바랍니다.

"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달 24일 춘천지법 102호 법정에 선 스무 살 청년 A씨를 향해 형사1부 김청미 재판장의 따끔한 충고가 이어졌다.

김 재판장은 "어리고 사회 경험이 없는 나이지만, 돈에 겁을 내지 않고 이런 범죄로 젊은 사람들이 빠져들고 있다"며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청년의 잘못을 꾸짖었다.

그는 "부모가 합의를 끌어낸 덕에 1심에서 실형을 면했으나 '나였다면 실형을 내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며 "집행유예 판결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피고인의 결정에 달렸다"고 판결의 의미를 짚었다.

A씨는 2020년 10월 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에 발을 들였다.

"불법적인 일이지만 절대 걸리지 않는다.

1건당 2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수당으로 지급해주겠다"는 성명불상 조직원의 꾐에 넘어간 A씨는 그렇게 '현금 수거책'이 됐다.

A씨는 한 달 동안 피해자 6명의 '피 같은 돈' 약 4억원을 사기 조직에 넘겼다.

그러나 고도의 점조직에서 꼬리가 잡힌 건 말단인 A씨뿐이었다.

사기죄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심에서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상당 부분 피해가 회복된 점 등을 참작 받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를 향한 따끔한 충고와 함께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정도로 부당하지 않다"며 기각했다.

/연합뉴스